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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생명력 'PC 화폭'에 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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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디지털 아티스트 김명혜(52)씨가 내건 전시회 제목은 '컴퓨터와 아메바가 만났다'다. 초현실주의자가 내세웠던 '우산과 재봉틀이 만났을 때'처럼 새롭고 신기하다. 3~9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여는 개인전을 그는 'IT+BT'로 요약한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의 영어 머리글자를 붙여 자신이 개척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표현했다. 컴퓨터 속에서 찾은 아메바의 세계라는 뜻이다.

"010101의 이진법으로 무궁한 우주가 펼쳐지는 컴퓨터, 단세포가 무한하게 확장하는 아메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결국 인생과 유사한 점이 있죠. 둘을 접목해 나가는 디지털 아트는 죽을 때까지도 정복하기 힘들겠다는 예감이 들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운 새 경지를 보여줍니다."

김씨는 자신이 디지털 아트에 빠지게 된 일을 '운명적'이라고 풀었다. 대학에서 약물학을 전공하면서 현미경 속의 생명체를 탐구했고, 어린 시절부터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분야에 두루 끼를 발휘했던 예술적 감각이 나이 들면서 농익었다.

김명혜씨의 디지털 아트 "환희".

"15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환자에 맞는 약 조제와 치료법을 연구할 만큼 마음 속 탐구의 불길이 꺼지지 않았어요. 현미경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계 지도가 연상되고, 또 인간의 생로병사도 떠올라요. 컴퓨터 화면에 아메바를 자유롭게 흘러 다니게 하면서 인간사를 생각하고 세상사를 돌아보지요."

그는 디지털 아트로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무한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개체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장에 선보일 '생명 테이블'은 빛을 가미하고 음악까지 직접 작곡한 대작으로 인간 생명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중심 작품이다. 디지털 아트의 영역을 도자기와 넥타이로 확장한 60여 점과 2D 액자작업, 3D 영상작업 등 모두 100여 점이 넘는 근작이 나온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아이디어에 잠을 자면서도 작품을 구상하니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라는 김씨는 디지털 아트가 지닌 꿈과 힘을 관람객 모두와 나누고 싶다고 했다. 02-730-5454.

글=정재숙 기자<johana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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