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으로 홍대 인디 음악판의 부흥을 이끌었던 어쿠스틱 듀오 ‘십센치’가 3집 ‘3.0’을 발표했다. 18일 서울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권정열(31ㆍ보컬, 젬베)과 윤철종(32ㆍ기타, 코러스)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치기 어린 사운드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3집에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윤 : 우선 외모죠. 소속사가 생기면서 케어를 받고 있으니까요. 저희 스스로도 관리가 필요해서 운동하고 있고요.
권 : 음악을 하는 자세가 변했어요. 1집이 대중성과 우리만의 인디 정신을 함께 담으려고 했다면 2집은 어릴 적 좋아했던 절제된 빈티지 음악을 추구했거든요. 3집은 2집이랑 또 달라요. 어느날 돌이켜보니 저희 같은 어쿠스틱한 밴드가 한 팀도 없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짱’이라는 건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고 마음을 바꿨죠. 사운드도 변했어요. 드럼이 아예 없습니다. 정말 나이브한 사운드인 것 같아요. 대신 어쿠스틱 악기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려고 했어요.
-다시 예전으로 회귀한 느낌인데요. 식상하다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권 : 이번엔 다 내려놓으려고 했어요. 음악가로서 인정받는 건 내려놓고, 그냥 우리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치기 어린 사운드이기도 해요. 하지만 정말 즐겼어요. 3집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은 어느 앨범보다 큽니다.
-타이틀곡 ‘그리워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권 : 이중성이 있는 노래에요. 그래서 타이틀곡이 됐는데요. 보통 기타, 퍼커션 위주의 잔잔한 발라드는 리듬이 굉장히 편안한 편인데, 이 노래는 그렇지 않아요. 리듬을 자세히 들어보면 설렘이 있습니다. 발라드인데 약간 신나기도 하고요. 옛 연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떠올리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건데, ‘그리워라’와 여음구 ‘랄랄라’가 합쳐져서 ‘그리워랄랄라’가 됐어요. 문학적이죠.
-앨범마다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3집은 어떤가요?
권 : 사실 대중이 좋아하는 가사를 잘 몰라요. 그냥 나오는대로 쓰는 편인데, 어른스런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어른이기 때문이죠. 제 머릿속은 거의 95% 섹스 생각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에요. 사실 3집은 표현이 잘 안 됐어요. 저희 생활이 생각보다 건조해요. 경험적인 소스가 떨어졌어요. 야한 가사가 잘 안나오네요.
-‘19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은 없나요?
권 : 앨범 작업을 할 때마다 성인만을 위한 음악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방송도 있고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엎어져요.
-새 앨범엔 철종씨의 보컬이 자주 등장합니다.
윤 : 원래 다른 분께 피처링을 부탁하려고 제가 가이드를 녹음했는데 멤버들이 제 목소리가 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권 : 철종이 형의 보컬은 저랑 묻었을 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제 목소리가 느끼하고 능수능란하다면 형의 보컬은 그렇지 않잖아요. 치기 어린 감성과 잘 맞죠. ‘담배왕 스모킹’을 들어보시면 형이 메탈 록의 모든 기술을 구현하고 있어요. 그롤링, 초고음 샤우팅 같은거요.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권 : 글쎄요. 좋은 차 타고 좋은 옷 입는 건 다 해봤고요. 큰 성공은 모르겠고, 우리만의 포지션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한국 음악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요. 이번 앨범이 아니라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십센치의 어쿠스틱 음악은 결핍되어 있고 뭔가를 갈구하고 열망하거든요. 그게 저희의 힘이죠.
윤 : 어느 정도 자본이 있어야 앨범을 계속 만들 수 있어요. 앞으로 그런 걱정 없이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지금 음원차트는 ‘토이’가 휩쓸고 있어요.
권 : 저희가 유희열 형이 진행하는 라디오천국을 1년 반 넘게 출연하면서 아버지와 아들같은 관계가 됐어요. 올해엔 토이 앨범이 안나올 것 같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어제 들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아버지가 차트 1위를 하고 아들이 2위를 하는 그림이라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윤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웃음)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