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젠 꼬리표 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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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여건이 좋아져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는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3년 만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올렸다.

이를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은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 저평가된 한국 증시=돈을 잘 벌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배당도 많이 주는 종목의 주가가 높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증시에 상장된 업체들은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외국에 상장한 기업에 비해 낮은 대접을 받았다. 기업이 올린 수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비싼 값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을 보면 알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6일 현재 종합주가지수의 PER는 8.7이다. 주식 1개가 올린 순익보다 주가가 8배 높다는 뜻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25배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21배)와 홍콩 항셍지수(16배)도 한국의 2배를 넘는다.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온 것이 국가 신용등급으로 대변되는 '대외 신인도'였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외환위기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PER도 하락해 1997년 수준인 11.7배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올라간만큼 국외에서의 한국 증시 평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국인 돈 들어올까=지금까지 신용등급이 상승한 당일엔 외국인들이 주로 주식을 팔았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3개월.6개월 뒤를 보면 주가가 오른 때도 있지만 대개 시장의 큰 흐름에선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길게 보면 신용등급 상승은 외국인 펀드 자금 등을 끌어 들여 증시에 보너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9월 초로 예정된 파이낸셜타임스주식시장(FTSE) 지수 조정에서 선진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지수에서 선진시장으로 올라서면 3월부터 30억 달러(약 3조원) 가량의 자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신용등급이 더 올라가고 한국 증시를 격상시키자는 공감대가 확산될 경우 내년 5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도 선진시장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MSCI 지수는 각국의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지수다.

◆ 투자 전략은=삼성증권 오 위원은 "등급 상향의 효과는 아무래도 업종 대표주에 몰릴 것"이라며 투자전략도 이렇게 바꾸는 게 좋다고 권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 등급이 올랐을 때 전기전자 업종이 매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국가 신인도 상승이 대형주이면서 주력 업종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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