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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장소가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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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가 바뀌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이나 장충공원·남산공원·시내 제과점·명동·무교동 생맥주 집은 이미 한물간 곳. 한강변 고수부지에 들어선 잔디운동장이나 김포가도 양화폭포공원 등 변두리 개발지역에 들어선 호젓한 위락시설을 즐겨 찾고있으며 남한산성이나 안양·과천 근처 유원지행 시내버스나 좌석버스를 타고 길가에 펼쳐지는 전원풍경을 즐기는 토팅(토큰 2개로 버스 속에서 하는 미팅)도 유행하고 있다. 특히 통금해제 후 생겨난 심야극장을 데이트장소로 택해 무드를 즐기는 실속파도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광장·녹지공원>
서울대교에서 KBS앞까지의 광장녹지공원은 밤이면 강바람이 시원하고 광장의 쾌적한 분위기 때문에 데이트하는 남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잔디밭에 둘러앉아 오락을 즐기는 그룹도 있고 오손도손 대화를 즐긴다.
광장의 가로등이 밝아 밤늦게까지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즐기는 것은 다른 장소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데이트 방법.
여의도의 또 다른 데이트장소는 서울대교에서 국회의사당 뒤를 통해 영등포 쪽으로 이어지는 순환로와 고수부지의 체육공원.
이곳을 찾는 젊은 연인들은 순환로를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도로변에 늘어선 느티나무 아래에서 밀착해 앉아 데이트를 즐긴다.

<양화폭포공원>
서울 영등포 2동 6가 양화폭포공원은 시원한 인공폭포 때문에 이 근처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폭포가 가동되는 상오 10시부터 하오 2시까지, 하오 5시부터 9시까지는 들어선 자리가 없을 정도.
대로변에 위치한데다 좁아서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은 오래 앉아있는 분위기파 보다는 잠깐 들러서 더위를 식히는 피서형이 대부분.
강변도로나 김포가도 쪽으로 산책데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잠깐 머물며 폭포구경과 음료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힌다.

<감사원 뒷길>
경복궁에서 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차량통행도 비교적 적은데다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않아 서울의 데이트 코스로는 가장 인기 있는 곳.
도시의 소음이 차단되고 숲이 우거져 밤이면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 데이트를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
특히 숲 속 길 곳곳에 설치된 가로등이 적당한 조명효과를 내 분위기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공원매점 점원 김영화씨(29)는 『날씨가 무더운 날이면 5백쌍 이상의 데이트족들이 몰려든다』며 『밤늦게 줄지어 나가는 남녀들을 보면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삼청공원 옆 감사원에서 성대 후문으로 이어지는 비원 뒷길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은밀한 데이트장소.
꼬불꼬불 아스팔트길이 5백m쯤 펼쳐진 이곳은 비원 건너편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어 하오 8시쯤부터는 아스팔트 길 위에 시내 쪽을 향해 나란히 앉은 데이트 쌍들이 수십명에 이른다.

<심야극장>
통금해제 이후 등장한 심야극장은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새로운 데이트장소.
특히 지난 3월 성인영화만을 상영한다는 서울 S극장이 심야극장의 문을 연 이후 변두리 재개봉극장들까지도 일제히 심야상영을 하고있어 주말이나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심야극장은 젊은이들로 메워지고 있다.
심야극장을 찾는 커플들은 대체로 자정 가까이까지 덕수궁 돌담길이나 생맥주 집에서 무드를 살리다가 좀더 적극적으로 데이트시간을 연장키 위한 것.
심야극장은 대부분 애정 멜러드라머를 상영하며 관객석은 연인들끼리 어깨를 밀착시키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로 가라앉는다. <노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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