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은 콩나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은 콩나물이 또 나왔다. 최근 서울시가 시내 1백 80여 개 소의 재배공장에서 수거한 콩나물을 검사한 결과 6개 공장의 제품에서 허용치 보다 무려 7∼8배나 더 많은 수은을 검출했다.
수은 잔류량의 법정 허용치는 0·1PPM으로 이것을 초과하면 사람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왔다. 예를 들어 어느 음식에건 조금씩은 있게 마련인 수은을 사람이 하루 10PPM씩 섭취한다면 70일 이후에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권태감, 기억력 감퇴 등을 일으키나 수은의 체내 축적이 오래 갈 경우 중추신경마비, 기형아 출산 등의 중병에 걸리게 된다.
50년대 일본 미나마따 병이 그 대표적 예인데 연안 어민들이 수은에 오염된 조개와 생선을 먹고 손발이 뒤틀리는 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콩나물에서 수은 성분이 검출되는 것은 재배업자들이 방부제인 호마이와 성장 촉진제인 인들비 액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보사부는 콩나물의 수은 함유량이 위험 지경에 이르자 이 같은 농약 성분의 첨가를 금지한 바 있다. 또 콩나물에서 법정 허용치 이상의 수은이 검출 됐을 경우 재배업자에겐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 법을 적용,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도시 주변의 영세업자들은 아직도 단시간에 많은 콩나물을 길러내기 위해 이 같은 유독 농약을 뿌리고 있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는 콩나물 재배공장의 영세성과 업자의 무지만을 탓할 수는 없다. 당국은 좀더 강력한 계몽과 단속으로 유해 콩나물이 시중에 나들지 못 하도록 손을 써야 한다.
강력한 계몽의 한 방법으론 수은의 유독성과 수은이 포함된 농약제의 명단을 재배업소에 돌려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눈감아주다가 무슨 때가 되면 기습 단속을 펴는 식의 행정편의 위주의 단속보다는 콩나물올 어떻게 기르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식을 우선 보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누차의 계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독 성분을 사용하는 업자에게는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비단 수은 콩나물뿐만이 아니고 우리 주변엔 인체에 해로운 식품이 너무나 많이 널려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접객업소의 위생 상태도 엉망인 곳이 많다. 전염병을 발생시킬 우려조차 있다.
부정식품이 국민 보건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은 누차 지적됐고 당국도 해마다 단속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이것이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은 식품 위생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보건당국은 차체에 식품의 제조 기준과 식품제조 업소의 시설 허가 기준, 그리고 접객업소의 허가 기준 등을 재검토해서 부정식품의 생산을 근본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최근 식품업소의 인·허가가 비교적 수월해진 것은 민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민의 경제활동을 돕는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부정·부량식품의 제조까지 똑같이 수월해진다면 참 곤란한 얘기다.
중요한 것은 당국의 사후 관리이며 이것은 곧 제조업소가 여러 규정을 충실히 지키는지 감독하는 일이다. 식품의 제조와 판매는 전 계층의 국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어느 공산품 못지 않게 품질 관리가 요청되며 이것이 곧 부정식품으로부터 국민을 해방하는 길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