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물론 다른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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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림팀장 인터뷰
1994∼98년초 "미림팀"의 팀장이었다고 확인한 K씨가 24일 SBS와의 회견에서 도청으로 수집된 정보는 안기부 대공정책실장 등 극소수 고위간부와 청와대 핵심실세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1997년 대선 직전 정계.재계.언론계 고위인사에 대해 불법도청을 한 안기부 내의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모씨는 24일 SBS와의 단독 인터뷰(8시 뉴스 방영)에서 "당시 중앙일보는 물론 다른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해 왔다"고 밝힌 뒤 "자신이 입을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말했다.

공모씨는 이와 관련,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자기들은 마치 정도(正道)를 걸어온 것처럼 하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역겨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공모씨는 인터뷰에서 "중앙일보의 도덕성을 연일 공격하는 다른 언론사는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나는 더 이상 파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언론이 다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한 곳이 초상났다고 좋아서 그래선 안 되며 언제 상대방도 발칵 뒤집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청을 통해 여러 언론사들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조선일보.동아일보도 다 똑같다"고도 했다.

그는 또 "SBS.MBC.KBS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씨는 "당시 그곳의(안기부의) 조직원으로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불명예스럽게 생각하고 난 평생 무덤까지 비밀로 가려는 자세로 일을 했다"며 "이런 문제가 야기됐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스럽고 창피하다"고도 심정을 토로했다.

공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불법으로 도청한 테이프가 더 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 완전히 묻힌 것은 아니다"라며 더 이상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듯 미림팀의 도청 테이프가 8000개라는 것은 과장된 보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보도된 소위 'X파일'이란 것도 우리 미림팀이 도청한 내용이며 (다른 내용에 비해)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보도된 X파일보다)더 이상의 파장을 줄 수도 있지만 나라를 위해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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