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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는 미 대형컴퓨터의 암호코드를 노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의 히따찌·미쓰비시사가 세계 최대의 컴퓨터회사인 IBM에서 얻어 내려한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미연방수사국 (FBI)도, 일본언론들도 이 점에 관해서는 정확히 밝히고있지 않다.
다만 지난 2년간 IBM과 일본의 히따찌 (일립) ·후지쓰(부사통)·일본전기 등 6개 컴퓨터회사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여온 과정에서 양측의 문제를 파악해볼 수 있다.
세계 컴퓨터개발경쟁은 최근소형의 개인용 컴퓨터와 초대형 컴퓨터의 양극으로 치닫고있으며 초대형 분야에서는 IBM이 선두주자로 독주해 왔었다.
따라서 일본의 후지쓰·히따찌· 일본전기 등 대형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지난 10여년간 피나는 노력을 해온 일본의 3개사와 미국의 IBM은 필연적으로 한관 승부를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작년10월21일 IBM이 308lK라는 최신의 총대형 컴퓨터를 발표함으로써 추격해 오던 일본회사에 일격을 가했다. 물론 시판은 83년으로 잡고있지만 일본으로서는 일이 급하게되어 이 기형의 핵심기술을 빼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됐다.
IBM은 3081K에 마이크로코드라는 정보를 새로운 정보처리방식을 컴퓨터의 핵심 기억소자(프로세서)에 미리 넣어준 것이다.
이 방식은 프로그램을 짜서 명령하는 일반적 방법에 비해 처리능력을 크게 높이기도 했지만 암호의 기능도 갖고 있어 기존의 컴퓨터로 일을 시킬 수 없게 된다.
즉 컴퓨터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코드를 알아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IBM컴퓨터의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과 일본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상호교환성이 없어진 셈이다.
일제·컴퓨터가 세계 대형 컴퓨터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IBM의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기계인 하드웨어의 무용지물화를 의미한다. 어느 나라도 소프트웨어가 맞지 않는 일제 컴퓨터를 사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IBM이 새 기종을 개발할 때마다 이것을 철저히 분석, 기계(하드웨어)값은 떨어뜨리면서 IBM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세계시장을 확장시켜 왔다.
이번에 일본기업이 기를 쓰고 308lK의 핵심경보를 빼내려 한 것도 내장된 암호화의 기능을 알아내 IBM의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본회사들의 스파이 사건이 폭로됨으로써 일본기업이 앞으로 IBM의 3081K형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욱 막대한 돈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3081K형의 또 다른 강점은 기억장치다.
3081K형은 3880형이라는 자기디스크 제어장치를 갖고있다. 디스크 기억장치는 레코드판과 비슷한 것으로 여기에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넣었다, 뺏다하는 것이다. 일종의 도서관 기능을 갖고있다.
IBM은 이것도 마이크로코드화 시켜 프로세서가 원하는 정보를 자기디스크에서 빼내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자주 사용되는 정보는 별도의 기억장치에 기억되도록 해 종래 자기디스크에서 프로세서로 가던 것을 별도의 기억장치에서 바로 가도록 설계해 놨다. 프로세서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IBM은 시간을 전보다 3분의l로 단축시켜 0·0024초안에 4킬로바이트(4천96자해당)의 정보를 보낼 수 있었다.
IBM이 기존의 컴퓨터보다 40%나 처리능력이 향상된 308lK형의 새 기종을 개발해 일단 일본의 추격을 뿌리쳤으나 308l시리즈를 겨냥한 일본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 질 것이 틀림없다.
일본이 마이크로 코드화의 비밀을 빼내거나 자체 개발하지 않는 한 앞으로 대형컴퓨터기 시장에서의 낙오는 불을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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