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B 만점, 영어 98점 맞아야 1등급 … 과탐이 좌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 서초고 3학년 정나현(왼쪽)·류승연양이 14일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와 정답을 확인하고 있다. 수능 성적은 12월 3일 수험생에게 개별 통보된다. [신인섭 기자]

13일 치른 수능 가채점에서 수학B형의 ‘등급 구분점수(등급 컷)’가 크게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자연계 수험생이 선택하는 수학B형이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자연계 입시에선 과학탐구, 인문계 입시에선 국어B형와 사회탐구가 수험생의 당락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성학원·메가스터디 등 입시업체들은 수험생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등급 컷(원점수 기준)을 공개했다. 영역별 1등급 컷은 국어A형 96~97점(지난해 96점), 국어B형 91점(지난해 96점), 수학A형 96점(지난해 92점), 수학B형 96~100점(지난해 92점), 영어 98점(지난해 93점, B형 기준)으로 나타났다. 인문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한 국어B형을 뺀 나머지 국·영·수 영역은 지난해보다 쉬웠던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등급 컷을 발표한 입시업체 9곳 중 8곳이 수학B형의 1등급컷을 100점으로 예상했다. 응시자 중 4% 이상이 만점자라는 의미다. 영어도 지난해에 비해 1등급 컷이 5점가량 올랐다. 지난해 132점이었던 수학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해 126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영·수 영역 중 가장 낮다. 대학들은 정시에서 수능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활용하는데 올해처럼 난이도가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떨어진다. 입시업체인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상대적으로 지원자 간의 점수 차이가 줄어 동점자가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탐구영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사회탐구는 대체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엔 한국사·세계사·경제 등 3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됐다. 올해는 경제·사회문화 등 2과목만 그렇다. 과학탐구에서 물리1, 생명과학2, 지구과학2는 지난해보다 어렵게, 화학1·2와 지구과학1은 쉽게 출제됐다. 이 같은 상황으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의대 입시가 한층 혼란스러워졌다.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이 많이 폐지되면서 대학들이 선발하는 의예과 신입생이 지난해에 비해 900여 명 늘었다. 이에 따라 의예과를 지망하는 재수·반수생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정신여고 김남철 진학지도교사는 “의대 수시에 지원해 둔 학생은 4개 영역 중 3개가 1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수학B에서 한 문제만 실수해도 합격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험생에게 일단 차분하게 남은 일정을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배명고 강인환 교무기획부장은 “교사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럴수록 합격을 염두에 두고 지원했던 수시부터 충실히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입시업체들의 예상 등급 컷은 실제 수능성적표와 다를 수도 있다”며 “신중히 참고하더라도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천인성·신진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