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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자신을 위해 쌈짓돈 푸는 ‘신세대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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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서촌의 정겨운 골목. 문화의 옷을 입은 작은 가게와 예술의 세례를 받은 담벼락이 방문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2015년에도 젊은이들의 ‘숨은 골목 찾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 미래의 창]

트렌드 코리아 2015
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432쪽
1만6000원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
코트라 지음
알키, 428쪽, 2만원

2015년은 양의 해, 을미년(乙未年)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새해의 유행을 점치는 트렌드 예측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가 활기를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 가운데 사람들은 이미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구매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장사든, 기업이든 요즘처럼 경제가 불안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회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특정 소비자층의 취향을 세심하게 파고드는 기획이 필요하다.

휴대전화를 매달아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셀카봉은 단연 올해의 히트 상품이다. [중앙포토]

 ◆‘평범’과 ‘일상’을 팝니다=『트렌드 코리아 2015』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7년째 펴내고 있는 인기 시리즈의 2015년판이다. 내년은 이렇다 할 스포츠 행사나 선거 등이 없는 해, 소비자들은 거대한 메가트렌드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일상에서 작은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행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소비자가 결정을 망설이는 ‘햄릿 증후군’이 나타난다. 따라서 소비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개인 컨설팅이나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가 동행해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골라주는 ‘동행 쇼핑’ 서비스나, 이용자가 선호할만한 메뉴를 추천해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이 그 예다.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유행은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셀카봉’처럼 보다 멋지게 일상을 자랑하도록 돕는 제품을 개발하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눈에 띄는 화려함 대신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킨포크(kinfolk·미국 잡지 이름) 스타일’도 계속되는 트렌드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북유럽 가구, 친한 친구들이나 낯선 이들과 직접 만든 음식을 즐기는 ‘소셜 다이닝’의 인기는 201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골목’ 역시 중요 키워드. 아기자기한 맛집과 젊은 예술가의 공방이 숨어 있는 골목으로 젊은이의 발길이 모인다.

 ◆신노년층을 잡아라=세계 84개국에 124개 무역관을 두고 있는 코트라(KOTRA)가 펴낸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는 한국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외국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유럽에서는 지금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타고 하늘 위에서 음식을 먹는 ‘디너 인 더 스카이(Dinner in the Sky)’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러시아에는 신개념 카페가 등장했다. 음료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돈을 지불하는 ‘안티 카페(Anti-Cafe)’다. 여가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거나 업무처리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한 업체가 개발한 동물 사료 자판기가 화제다. 자판기 상단에 빈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떠돌이 개와 고양이를 위한 물과 사료가 나온다. 환경과 동물을 동시에 보호하는 착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두 책 모두 경제력을 갖춘 신노년층을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지목한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 ‘어번 그래니(Urban Granny)’들은 이제 가족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쌈짓돈을 푼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미용·패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는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할아버지들을 일컫는 ‘이쿠지이(育じ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장 보기 및 음식 준비에 몰두하는 남성 소비자를 잡기 위한 식료품업계의 경쟁이 거세다. 남자를 위한 즉석요리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단백질 함량을 높인 남자를 위한 요거트 ‘브로-거트(브라더와 요거트의 합성어)’까지 등장했다.

[S BOX] 2014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은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14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①‘꽃보다’ 시리즈 : 케이블채널 tvn의 여행예능 시리즈. 시니어와 중년 여성 연예인을 예능 안으로 끌어들여 호평.

②명량 : 40~50대 남성들의 열광에 힘입어 1700만 관객 돌파 신기록.

③빙수 전문점 : 10~20대 여성들이 주고객. 빙수 프랜차이즈만 50개 이상 생겨.

④스냅백(챙이 넓고 평평한 야구모자) : 힙합열풍과 함께 떠오른 스트리트 복고 패션.

⑤에어쿠션 화장품 : BB크림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살린 쿠션 형태 파운데이션.

⑥의리 : 배우 김보성에 의해 재조명된 가치.

⑦컬래버레이션 가요 : 소유·정기고의 ‘썸’, 김창완·아이유의 ‘너의 의미’ 등 인기.

⑧타요버스 : 캐릭터와 공공 서비스의 성공적인 만남.

⑨탄산수 : ‘웰빙’‘작은 사치’ 바람 타고 급성장.

⑩해외직구 : 외국의 좋은 제품을 싼값에 직접 산다. 본격적인 유통전쟁의 서막.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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