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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산업스파이 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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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글의 법칙』, 그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육강식의 법칙이다. 세계시장을 요리하는 컴퓨터,무기산업등 거대 기업군사이에는 오래전부터 정글의 법칙이 하나의 당연한 윤리로서 통용되어왔다. 경쟁기업의 최신정보를 빼내려는 산업스파이 활동도 이중의 하나. 특히 기술개발은 두뇌· 돈· 시간이 많이 들어가므로 남이 개발해 놓은 결과를 얻어내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더욱 혈안이 된다. 22, 23일 일본의 히따찌(일립)와 미쓰비시(망능)의 미국주재원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산업스파이」사건에 휘말려 12명이나 체포된 것은 그야말로 아직껏 드러나지 않았던 산업스파이 활동 중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업간의 첩보전인 산업스파이활동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스파이 활동 수법>
모든 기업은 통상적인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다. 시장석보· 상품석보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기업활동에 필요한 정보 중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라이벌회사에 관한 정보다. 일반적으로 라이벌희사에 대한 점보수집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쟁회사의 간행물 ▲공공기관의 조사보고서 ▲라이벌회사의 제품분석 ▲라이벌회사직원이 발설한 내용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이것들은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둘째는 이보다 한단계 더 앞선 ▲라이벌회사 퇴직직원 채용을 구실로 위장면접 ▲특정기술정보를 입수키 위한 라이벌회사 사원의 스카우트 ▲라이벌회사의 움직임에 관한 첩보수집등으로 상당한 도의적인 문제를 야기시킨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라이벌회사 잠입 ▲매수 ▲설계도. 기밀서류등의 복사 및 절취 ▲협박 및 강탈등 불법적인 스파이활동으로까지 내닫는다.
이런 산업스파이 활동은 법률적인 적용이 어려워 두번째 방법정도의 정보활동은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 일본은 바로 두번째인 도의적 문제와 세번째인 불법사이를 줄타기하며 오늘의 기술립국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이미 1966년 전 영국 과학기술진 전 협회가 일본의 기업철학은『세계 최근의 기술을 입수, 그것을 개선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점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위법정보수집 불감증에 걸린 일본기업의 찬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산업스파이 활동은 상대기업이 정보누설을 눈치 못채게 하는데 가장 역점을 둔다.
따라서 절취보다는 복사를, 협박보다는 매수를 앞세운다. 이것은 상대방의 정보누설에 대한 대책수립을 막고 갑자기 경쟁자의 배후를 치기 위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도청, 샘플이나 우편물의 절취도 잘 이용되는 수법들이다.

<산업스파이의 실예>
일본산업시찰단이 미국회사를 견학갔을때 손톱끝에 반도체가루를 묻혀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심지어는 미국 어느 강철공장의 열처리 온도를 알기 위해 실수한척 손을 넣어, 그 화상정도로 온도를 추정했다는 일화는 일본인이 얼마나 기술정보획득에 혈안이 됐는가를 대변해 준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모두 60년대이전 산업스파이 활동을 소개하는 고전에 속한다.
최근 스파이활동의 대표적인 것을 들어 보면-.
61년에 터진 항생물질제조회사 사이아나미드사의 연구원인 「포크스」박사 사건이다.
그는 적은 봉급과 이장한 열등감으로 인해 59년부터 공장에서 취급하던 배양액과 연구자료를 빼내 이탈리아의 한 회사에 5만5전달러에 팔았다. 60년에는 5개의 이탈리아의 제약회사와 거래를 맺었다. 이 거래에는 기술지도가 포함돼 있어 「포크스」는 가명을 쓰면서 이탈리아를 왕복했다. 그는 제공할 배양액을 담배값 속에 넣어 반출했다.
1964년 영국의 세제메이커인 프럭터 앤드 갬블사는 비밀서류를 도난당했다. 며칠후 갬볼사의 경쟁회사인 콜게이트 파몬리브사에 문제의 서류를 3천파운드에 팔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사실은 곧 경찰에 알려져 도난 당한 비밀서류를 중개하려던 한 광고회사 중역이 체포됐다. 이듬해도 두 회사는 산업스파이 사건에 말려들었다. 갬블사의 판매부장이 미국콜게이트사를 찾아 새로 개발한 치약 그레스트의 판매촉진 계획서 2부를 2만달러에 팔겠다고 제의해 온 것이다.
당시 이 서류는 1백만달러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콜게이트사는이 사실을 곧 FBI에 연락해 범인은 돈과 서류의 교환장소인 케네디공항에서 체포되고 말았다.
72년에는 일본 경도섬유대학의「이노우에·로오조」교수가 일본의 유명 섬유회사의 기업정보와 한국 D나일론의 산업정보를 주일 체코대사관 직원에게 9회에 걸쳐 제공하다가 검거되기도 했다.
7O년대 이후는 전자산업간의 기업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 반도체· 컴퓨터회사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많은 기술정보를 획득해 큰 재미를 보았다.
일본의 대형전자회사들은 대부분 미국반도체기업의 집결지인 실리콘계곡에 연락사무소나 자회사를 차려놓고 정보수집활동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디자인 센터라고 불리는 현지 반도체 설계회사를 설립해 미국인기술자를 고용,설계뿐아니라 생산과 판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설계 및 개발회사를 차려놓은 히따찌를 비롯한 일본전기, 오끼(충) 전기등이 금년에 기존시설을 배중하거나 신설키로 했다.
일본은 이런 합법적 기술정보수집 활동외에도 공공연한 산업스파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대리인들은 실리콘계곡 소재회사의 생산현황 계획, 생산설비와 기구를 모조리 구입해 일본으로 보낸다.
연락사무소의 위장스파이들은 미국안의 이직기술자를 대상으로 기술정보를 대량으로 빼낸다. 「자문료」라는 명목으로 이들에게 지불되는 돈은 1회당 5백∼6만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빼낸 반도체기술로 미국을 역공, 이미 4K,16K비트 반도체 칩은 미국시장의 40%을 차지했으며, 64K,2백56K비트 반도체칩의 시장경쟁력은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전자업계가 결정적으로 뒤져있는 분야는 대형 컴퓨터다.
일본이 이번과 같이 통째로 IBM의 신기술을 훔쳐 가려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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