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국제 행사로 거듭난 제주올레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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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지난 6∼8일 제주올레 걷기축제(올레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5번째 개최됐고, 레저터치도 5번째 참가했다. 올해 축제 참가자는 약 1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000명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올레축제는 여느 지방축제와 차원이 다르다. 유명 연예인 축하 쇼도 없고, 주최 측의 입장권 강매도 없다. 이른 아침 제주의 작은 마을에 수천 명이 모이고, 그 수천 명이 함께 길을 걷는다. 길 모퉁이를 지나면 동네 초등학교 합창단이 동요를 부르고, 길이 지나는 마을의 주민이 몸국을 끓이고, 오름을 오르면 재능 기부 나선 음악가의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온종일 걷고 나면 다 같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올레축제는 ㈔제주올레가 주최한다. ㈔제주올레는 서명숙 이사장을 포함해 16명이 전부다. 대신 ㈔제주올레에겐 든든한 후원군이 있다. 자원봉사자 150여 명이다. 자원봉사 하겠다고 서울에서도 내려오고, 올레가 지나는 마을의 주민도 동참한다. 특히 제주에 정착한 이른바 ‘제주 이민자’가 기꺼이 나선다. 설거지·교통정리 같은 궂은 일부터 공연·이벤트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맡는다. 이젠 자원봉사자도 낯이 익어 레저터치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올해 축제는 문체부와 제주도의 지원을 받았다. 두 곳 합쳐 3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제주올레는 늘 허덕인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판 수익은 마을로 돌아간다. 축제 참가비도 각종 경비를 대는 데 한참 부족하다. 올해 사정을 묻자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자원봉사자들 하루 식비만 400만원이라네.”

올레축제는 올해 국제 행사로 거듭났다. 지난 5일 제주에서 스위스 체르마트의 ‘5개 호수길’과 제주올레 6코스 우정의 길 협약식이 열린 덕분에 체르마트 시장도 축제에 참가했다. 패키지 상품으로 참가한 중국인 단체도 있었고, 지난해에 이어 참가한 싱가포르 여성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트레일즈 네트워크(Asia Trails Network, ATN)’가 주관한 아시아 워킹 페스티벌이 함께 열렸다. 올 올레축제의 공식 이름이 ‘2014 제주올레 걷기축제·제1회 아시아 워킹 페스티벌’이었다.

한ㆍ중ㆍ일 3개국 15개 걷기여행 단체가 속한 ATN은 지난 1월 ㈔제주올레가 주도해 출범한 비영리 국제기구다. 아시아 트레일의 공동 홍보 및 마케팅을 위해 결성된 단체는 내년 9월 제2회 아시아 워킹 페스티벌을 일본 돗토리(鳥取)현 워킹 리조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ATN 공동 패스포트(사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 언론도 처음으로 축제에 참가했다.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으로 중국과 일본 매체 15곳이 취재를 나왔다. 두 나라 취재진은 축제 참가자들과 올레길을 걸은 뒤 서명숙 이사장을 만났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다카하라 카츠유키(高原克行) 기자가 서 이사장에게 물었다.

“감동적입니다. 길을 낸 과정도, 길을 걷는 사람도…. 그런데 올레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언제 나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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