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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관심 갖는 한국 스타트업 몇 곳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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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문규학 대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인수합병(M&A)의 거물이 되는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해요. 그래야 젊은이가 창업을 계속할 수 있죠.”

 대표적인 벤처투자사(VC)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50) 대표는 차분한 표정으로, 벤처업계의 현안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정부의 창업 지원은 기초 연구 같은 눈에 띄지 않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아이한테 돈부터 쥐여주면 아이를 망치게 되지 않냐”는 반문을 하면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한국 자회사다. 문 대표는 14년간 국내외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160여 곳에 4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게임기업 넥슨,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등이 이 회사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다. 그를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 한국도 창업생태계가 구축된 건가.

 “8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이어 세번째 창업 붐이다. 두 차례 부침을 겪고 난 뒤 다시 찾아온 기회여서 그런지 창업 생태계가 꽤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자생력을 가지려면 실패와 성공 사례가 누적될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정부의 창업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중요한 동력이 된다. 미국도 정부가 물밑에서 엄청난 지원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시작부터 끝까지 다 책임지고 성과를 내려고 하면 독이 된다. 10여 년 전 전국 곳곳에 있던 벤처기업육성센터가 다 사라진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한국 대기업은 스타트업 M&A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많다.

 “페이스북·구글·애플도 초기엔 정말 작은 스타트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한 뒤 다시 스타트업 M&A를 통해 혁신하는 생태계가 건강하다. 그런데 국내에선 M&A에 적극적인 넥슨을 ‘돈슨’이라고 비난하고,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미국기업에 티몬 지분을 매각하니 ‘먹튀’란 말이 나온다. 미국에 상장한 알리바바를 두고 중국 사람들이 먹튀라고 하지는 않는다.”

 - 최근 국내에 사무실을 차리는 글로벌 VC가 많다.

 “자본엔 국경이 없다. 가능성이 큰 곳에 몰린다. 단, 그만큼 빠져나가기도 쉽다.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이 꺼지자 글로벌VC들이 다 빠지면서 창업생태계도 무너졌다. 무모하게 투자하되, 진득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VC가 늘어야 한다.”

 - 어떤 창업가에게 투자하나.

 “창업가의 기질이 도전하려는 시장과 잘 맞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연간 300개 이상의 제안서를 검토하는데, 앞으로는 국경 없는 스타트업이 많아질 것 같다.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인 청년이 있는데 베이징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창업을 했다. 그런데 법인은 케이만제도에 있고, 주요 벤처투자사는 캐나다 국민연금 자금에 기반을 둔 미국계VC다.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이런 선택을 더 많이 할 거다. 이들을 어떻게 국내에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 손정의 회장이 최근 한국 창업가들에게 ‘아이디어가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는데.

 “얼마전 한국 스타트업 대표 10명을 데리고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이후 손 회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스타트업이 몇 곳 있다. 그는 사람 보는 안목이 정확하다. 손 회장은 인도나 중국처럼 시장이 거대한지, 창업가가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가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보고 투자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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