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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에이스' 문동환, 독수리 날개 달고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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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스포츠 스타들 중에서 사연하나 없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한화 문동환 만큼이나 깊은 굴곡을 겪었던 선수도 없다. 동래고 출신의 문동환은 1980년대 후반 동산고 위재영, 대전고 안희봉과 함께 당시 고교야구 트로이카를 형성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위재영 안희봉이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반면 문동환은 취약한 팀전력 탓에 상대적으로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력면에서는 오히려 문동환이 가장 낫다는 것이 당시 야구전문가들의 공공연한 평가였다. 고교시절 라이벌들에게 묻혔던 문동환은 연세대에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야구인생에 꽃을 피웠다. 조성민 임선동 박찬호 등 쟁쟁한 후배들이 맹렬히 뒤쫓았지만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는 문동환의 몫이었다. 특히 문동환은 1994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면서 한국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95년 연세대를 졸업한 문동환은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행을 거부하고 아마팀인 현대 피닉스에 입단했다. 그가 프로유니폼을 입은 것은 97년. 당시 문동환에 대한 지명권을 가진 롯데는 아마팀 현대 피닉스가 지급한 계약금을 보상하는 대신 현대 유니콘스에 당시 최고 1번타자 전준호를 내줘 거래를 마무리했다. 현대 피닉스에 입단했던 아마 출신 스타들이 프로에서 대부분 빛을 보지 못한 반면 문동환은 달랐다. 입단 첫해인 97년에는 2승5패 8세이브 방어율 4.85에 그쳤지만 이듬해 12승5패 6세이브 방어율 3.16을 기록한데 이어 99년에는 17승4패 방어율 3.28의 호성적로 일약 특급에이스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2000년 7승에 그친 뒤 문동환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문제는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 지난 4년간 3차례나 수술을 받아은 문동환은 2001년 이후 한시즌도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2003년에는 아예 한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 겨울에는 불과 몇시간 사이에 두차례나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 끝에 한화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아마시절 명성과 비록 단명이었지만 롯데 에이스로서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그의 처지는 안쓰러울 정도였다. 2004년 '재활공장장' 김인식 감독을 만난 문동환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성적은 4승15패 방어율 5.37로 별볼일 없었지만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한시즌 100이닝(120⅔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그동안 부상에 시달렸던 문동환에게 고무적인 결과였다. 그리고 2005년 왕년의 에이스는 부활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개막후 5월10일까지 7차례 선발등판에서 1승4패 방어율 6.35에 그치며 재기가 요원해보였다. 하지만 이후 선발 10경기에서 5승무패 방어율 2.52로 질주하면서 왕년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 20일 두산전에서는 발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8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쳐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올시즌 17차례 선발등판 중 문동환이 6이닝 이상 던진 경우는 무려 15차례나 된다. 그중 10차례가 6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는 퀄러티스타트. 시즌 승수는 6승에 머물고 있지만 타선 지원이 활발히 이뤄졌다면 이미 두자릿수 승수를 거두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문동환이 살아난 데에는 새로 연마한 체인지업의 덕이 크다. 그동안 직구 슬라이더 중심의 투구를 펼쳤던 문동환은 최근들어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투구패턴이 다양해지고 체인지업을 통한 완급조절이 원활해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고 있는 것. 체인지업이 약효를 발하다 보니 주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마저 배가되고 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당시 문동환의 아내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재활과정을 얘기하던 중 목이 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독수리 날개를 달고 오랜 부상의 수렁에서 나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문동환이 과연 어디까지 솟아오를 수 있을지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랜 부상의 불운을 딛고 2005년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한 한화 문동환. 사진〓마이데일리 사진 DB] 이석무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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