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잃어가는 외화수입쿼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외화 한편을 들여오면 떼돈을 번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수입가는 비싸졌는데다 어지간한 충격적인 내용에도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아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떼돈은 고사하고 본전이나 뽑을 보장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요즘의 영화사 사람들의 심정이다.
여기에 외화수입에 따른 각종 부대비용이 엄청나 더욱 숨통을 죄고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최근 들어 외화쿼터에 대한 매력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실정. 옛날 같으면 외화쿼터라면 생사를 걸고 덤볐으나 요즘은 대부분이 시무룩한 반응들이다.
영화감독이며 우진영화사 대표인 정진우씨는 『관객은 들지 않고 부대비용은 높기만 해 외화수입의 매력을 잃었다』고 말하고 『쿼터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영업적인 면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외화수입의 부대비용을 살펴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20만달러(약 1억5천만원)짜리 영화 한편을 수입했다고 하자. 물어야할 세금이 4가지다. ①관세=1천7백40만원 ②방위세=3백48만원 ③부가가치세=1천6백70만원 ④원천세=3천6백50만원.
결국 이 4종의 세금총액이 7천4백8만원으로 이미 수입가의 절반이 넘는다.
세금 외에 또 꼭 내야하는 비용이 4개나 된다. 그중의 하나가 진흥공사에 내는 진흥기금이 있는데 그것이 3천7백만원이다(비용내용 별표). 이런 8개의 부대비용을 모두합치면 원래 수입가와 맞먹는 꼴이 되는데 여기에다가 다시 몇천만원대의 광고·선전비를 계산하면 한편의 외화를 상영하기 위해선 수입가의 배가 넘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또 과세방법이 불합리한 점이 많다. 예컨대 관세는 로열티를 기준해서 매겨야하는데 현행제도는 무조건 필름길이 1m에 7백원씩 관세를 물린다. 로열티 원천세도 흥행수입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로열티의 25%를 내게 한다..
이렇게 되니 업자들은 값싸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영화에만 관심을 갖게되고 자연 홍콩·대만의 무술영화수입에만 신경을 쓰게되는 것이다.
감독 김수용씨는 『이러한 불합리한 부대비용 부과가 세계의 명화를 수입하는데 한 장애요소가 된다』고 했다.
영화수입업자들도 제도개선이 하루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로열티 원천세만이라도 비용으로 처리해서 영화사의 법인세를 덜 물게 해주든지 관세를 낮추어야 한다고 말하고있다.
더군다나 외화수입에 의해 생긴 이익금은 그동안 국산영화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됐던 점을 감안할 때 외화수입의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바로 국산영화 진흥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김준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