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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주지사 관저 손님에게 김치 내놓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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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오시는 손님들에겐 김치를 대접하게 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관저의 첫 한인 안주인이 탄생했다.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소속의 주지사로 당선되며 공화당 압승의 상징이 된 래리 호건(사진 오른쪽)의 아내 유미 호건(55·왼쪽)이다. 그의 한국 이름은 김유미다. 1979년 하와이로 이주해 91년 메릴랜드에 정착한 뒤 메릴랜드 미대(MICA)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강의해 왔다. 유미 호건은 1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은 지난해 11월 사들인 김치 냉장고를 애너폴리스의 주지사 관저에 들여 놓고 손님들에게 김치를 대접하자고 한다”며 “김치가 관저의 접대 음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메릴랜드에서 래리 호건의 당선을 대이변으로 보도했다.

 “처음엔 남편의 출마를 놓고 한인 사회에서조차 ‘여기는 민주당 지역인데 되겠냐’며 냉정하게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선거 기간 중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잇따라 찾아오며 민주당이 전력을 쏟았다. 그러니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버스로 메릴랜드 전역을 함께 돌았다. 남편이 중소기업인 출신이라 정치적으로 때가 덜 묻었던 게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는데 도움이 됐다.”

 -당선자가 출마를 결심했을 때 뭐라 조언했나.

 “원래 2010년에 주지사 출마를 생각했는데 남편 친구가 출마해서 양보했다. 이번엔 ‘출마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기회인데 지금이 그때’라고 말해 줬다.”

 -당선자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나는 화가가 꿈이었다. 2001년 한 미술 전시회에서 누가 다가와 명함을 건네 주길래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버렸다. 그때는 홀로 세 딸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했다. 1년 후에 다시 만났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커피를 마실 기회를 갖고 싶다’고 했다. 만나 보니 사람이 진실했다.”

 -당선자는 한국 음식과 문화에 익숙하겠다.

 “가장 자주 하는 한국 말이 ‘나는 한국 사위’다. ‘겉절이’, ‘김치찌개’, ‘돼지볶음’ 등 음식에 대한 한국 말은 다 안다.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묵은 김치부터 갓 담근 김치까지 맛을 구분한다. 시아버지(로렌스 호건 전 하원의원)도 남편에게 ‘내가 80년대 서울에서 양복을 맞췄는데 정말 괜찮았다. 한국에 가면 꼭 맞추라’고 한국 얘기를 하신다.”

 -집에선 당선자를 한국식으로 대하나.

 “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니는 부엌에 오빠들을 들이지 않았다. 나도 배운 게 그거라 남편이 집에 오면 주방에 못 들어가게 한다. 그냥 쉬라고 한다. 시아버지가 집에 들르면 한국 식으로 아침·저녁을 해드리는데 남편은 그게 좋은 모양이다. ”

 -한인 안주인으로 관저에 들어가게 됐다.

 “ 한인 분들이 너무 기뻐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인회장을 뽑은 게 아니다. 다른 커뮤니티도 두루두루 잘 대해야 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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