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 함박 웃음 … 중 바이어 83% “생필품 수입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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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어오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저주’는 면했다고 안도했다. 특히 우리 제조업의 주축인 자동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의 거센 추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 ‘안심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위해 자동차를 예외로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우리 업계 요구도 반영해 정부가 전략적으로 협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과 함께 FTA 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환영 성명’을 낸 직후였다. 사실 자동차·LCD 두 업종은 중국의 양허 제외 요청이 있었지만 자동차의 경우 관세가 없어지면 오히려 중국에서 생산된 유럽산 자동차와 중국산 저가 차량의 ‘역수입’이 물밀듯이 일어나 한국에 불리할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 가운데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은 약 1.3%. 기아차 역시 2.9%에 불과해 무관세 효과는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현행대로 중국이 국산차에 물리는 관세(22.5%)는 유지될 예정이지만 중국 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FTA 민간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중 FTA 타결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제단체 등 업종별 42개 기관으로 구성된 민간대책위는 FTA 협상에 대한 민간 대책기구로2006년 출범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한덕수 한국무혁협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뉴스1]

 반면 현대위아·현대 모비스·만도 등 자동차부품 회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중국은 국산 자동차 부품에 6~10%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중 FTA로 관세가 사라지게 되면 중국 수출길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진출길이 사실상 열렸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강판처럼 우리 기업이 경쟁우위에 있는 제품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진 것도 실망감을 안겼다. 올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 철강 수출은 395만1000t으로 중국산 철강 수입의 3분의 1에 그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지화 전략과 신제품 개발 강화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 강판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번 관세 철폐 대상에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파라자일렌(PX)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파라자일렌은 페트병을 만드는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 가운데서도 고부가가치 상품에 해당한다. 다만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폴리실리콘(3%) 분야는 관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KOTRA는 “한·중 FTA로 중국 바이어의 83%가 생활밀착형 제품 등 한국산 수입을 늘리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수입회사 238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중국 바이어들은 유망품목으로 화장품(17.4%)과 생활용품(12.6%), 가공식품(10.8%), 전자제품(9.7%)을 꼽았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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