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일반미" 75%가 정부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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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신이 지어먹는 쌀밥 중에는 절반 가까이가 속아 산 것들입니다.』!돈 많은 사람일수록, 좋은 쌀만 찾는 사람일수록 많이 속고있다. 5일 관계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싸전에서 상품미라고 팔고 있는 쌀 중에는 75%가 정부방출미를 일반미로 둔갑시긴 것이거나 일반미에 섞어서 속여 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역의 전체 일반미 소비량 중에서 진짜 상품미는 14%에 불과한데 싸전에서 상품미로 팔리는 것은 56%나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의 연간 쌀 소비량 1천3백70만 가마(80㎏들이) 중에서 절반이 일반미인데 이 일반미의 42%가 정부미를 둔갑시킨 것이니까 서울시민은 연간 2백88만 가마 정도의 가짜 상품미롤 사 먹고 있는 것이다.
또 특미라는 이름을 붙여 일반 상품미보다 가마당 3천∼4천원 정도 비싸게 팔고 있으나 이들 특미 중에 상당량이 일반미를 둔갑시킨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원래 특미란 경기도 이천·여주·김포 등지에서 생산되는 쌀을 말하는데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쌀까지도 특미라고 속여 팔고 있다는 것이다.
농수산부는 양곡상들이 이처럼 정부미를 일반미로 둔갑시켜 비싸게 팔지 못하도록 작년 한햇 동안 일제 단속을 편 결과 1백48개 점포를 적발해냈다.
그러나 거래수법이 워낙 은밀하고 미질 구분이 어려워 「둔갑쌀」의 근본적인 단속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실토다.
정부미 상품 80㎏들이 1가마에 5만5천9백80원인데 비해 일반미(상품)의 최근 소매가격은 7만8천원선.
따라서 정부미를 일반미로 둔갑시킬 경우 양곡상은 40%나 더 비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둔갑쌀」이 팔리고 있는 것은 파는 양곡상들도 나쁘지만 무턱대고 특미나 상품미만을 찾는 소비자들 책임도 크다.
실제로는 미질의 차이가 별로 없는데도 비싼 값을 매겨놓고 상품미라고 해야 사간다는 것이다.
양곡상들이 둔갑쌀을 만드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일반미에 정부미를 섞어 파는 것. 심지어 도입외미 중에서도 일본쌀은 우리 나라 쌀과 모양이 똑같아 일반미와 10대2의 비율정도로 섞어 팔면 감쪽같다는 것이다.
또 정부미 중에서도 미질이 좋은 것을 얻어내 통째 일반미로 둔갑시키는 방법도 있다.
어느 창고에 들어있는 정부미가 좋은 쌀이라는 정보를 미리 얻어내서 이것들을 몽땅 사들여 일반상품미 팻말을 꽂아놓고 파는 것이다.
상품미 둔갑현상은 쌀값이 오를수록 더 심해진다.
소비자들은 값에 관계없이 상품미를 찾는 반면 양곡상들은 일반미 값이 오른 것만큼 차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미만을 찾는 소비행태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비싼 쌀을 사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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