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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의 원한살인 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 냉천동 3모녀 피살사건 수사본부는 이번 사건이 면식범에 의한 원한살인으로 수사방향을 굳히고 행방을 감춘 이씨의 친척 이 모씨(35·주거부정)와 김 모씨(25)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이씨 집 2층에 전세 들어 사는 김창호씨(31)는 2일 하오 9시30분부터 11시 사이에 아래층에서 남녀가 다투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하오 11시쯤에도『쿵, 탕』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해 범인이 하오 9시 전후에 자연스럽게 침입, 이씨와 다투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도끼에 찍힌 자국 2개가 있어 피해자들이 불시에 기습을 당했다기보다 범인과 쫓고 쫓기는 실랑이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3일 밤 이씨 집 주변 탐문수사에서 손광수 군(18·재수생)이 2일 하오 11시40분쯤 이씨 집에서 20m쯤 떨어진 골목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30세 가량의 남자를 목격한 사실을 밝혀 내고 이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손 군에 따르면 골목길을 황급히 뛰어나오던 청년과 부딪칠 뻔해『미안하다』고 말했으나 그 청년은 아무 말 없이 허둥대며 달아났다는 것.
이 청년은 1m70cm가량의 키에 밤색잠바·회색바지·흰 운동화 차림에 장발머리로 밤인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잠바 안쪽주머니가 불룩해 보였다는 것.
경찰이 행적을 쫓고 있는 이씨의 친척 이 모 씨는 강도전과 2범 등 전과 3범으로 평소 이 씨 집에 찾아와 돈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으며 3개월 전에도 이씨에게 행패를 부리다 심하게 맞은 적이 있었다.
이 모 씨는 숨진 이씨가 중매를 해 결혼한 뒤 전세 집까지 마련해 주었으나 최근 부인과 별거, 전셋집도 날리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해 왔다는 것.
경찰은 이씨가 요정지배인·사장 등 70여명과 함께 1천5백 만원 짜리 낙찰계를 해 오다 지난 2월계가 깨진 뒤 구속된 계주 박 모 씨(47)의 집 2채를 동업자 김영관씨(35)와 함께 명의 이전해 둔 사실을 밝혀 내고 이와 관련해 다른 계원들의 원한을 샀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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