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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82% “저소득층에게만 무상급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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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상급식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9일 설전을 벌였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었고 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이 과다하게 예산을 집행했다”며 “법적 근거가 있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편성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무상급식이 대통령 공약이 아니었다고 나 몰라라 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2010년 당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내세웠던 무상급식 공약은 2011년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2010년 초·중·고생의 19%(137만7000명)가 대상이었는데 올해는 69.1%(445만 명)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입된 예산도 5630억원에서 2조6239억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수준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엇갈린다.

 지난 7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강남구 한 중학교 앞의 포장마차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컵떡볶이를 사먹던 2학년 박모(15)군은 “초등학교 급식과 비교하면 질이 떨어져 불만”이라며 “반 친구 30명 중 두세 명은 급식을 안 먹는다”고 말했다. 박군은 “집에서 빵이나 과자를 싸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모(15)군은 “고기 반찬이 나오지만 질기고 맛이 없고 반찬도 국과 김치·야채뿐”이라고 푸념했다.

 반면 서초구 잠원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1)군은 “매일 먹을 만한 반찬 한 가지씩은 나온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김모(48·서울 성북구)씨는 “엄마들이 농수산물 업체를 실사해 순위를 매길 뿐 아니라 매주 한 차례 학교에 가서 납품 물건을 살핀다”며 “조미료 사용을 제한하고 튀긴 음식을 줄여 아이들이 맛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급식의 질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본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7일 전국 교원 133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49%가 무상급식을 시행한 뒤 학생 급식 지도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남는 반찬이 늘고(27.8%) 편식하거나 반찬 투정하는 학생이 많아졌다(20.3%)는 게 이유였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상급식 시행 전인 2010년 학교에서 발생한 잔반 처리비용은 85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엔 124억원으로 40억원가량 증가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모든 초·중·고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국가는 스웨덴과 핀란드다. 이들 국가는 한국에 비해 준조세를 포함해 조세부담률(2007년 기준)이 1.6~1.8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배 수준(2008년 기준)이다. 교총 조사에 응한 교원의 82%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학교 안전시설 확충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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