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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죽어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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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중앙시장 라 보케리아의 대형 홀 내부. 관광객·식도락가·요리사들이 매일 모여 신선식품에 탄성을 올린다. 기적의 현장을 찾는 순례자들 같다. 그들이 찾는 주요 성지는 생선 판매대다. 수십 종의 해산물 수천 마리가 얼음 더미 위에서 핑크색과 회색으로 반짝거린다. 그러나 많은 해양학자들은 이곳을 해산물 전시장이라기보다는 박물관으로 여긴다. 금세기 말에는 이들 동물 중 다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인간들이 지구를 아주 험하게 쓰기 때문이다. 인간이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를 계속 뿜어대고 해양은 그것을 계속 빨아들인다. 그에 따라 수질이 악화되며 바다 속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보케리아의 생선 가판대에는 10여 종의 쌍각류 조개가 진열돼 있다. 이들 대합·굴·홍합 같은 생물들은 탄산칼슘을 이용해 다종다양한 껍데기를 만든다. 하 지만 불과 20년 뒤엔 모습이 크게 달라지며 일부 지역에선 완전히 사라지게 될 듯하다. 그밖에 대형 아시안 새우, 작은 새우, 스코틀랜드산 적갈색 게들, 금테를 두른 위풍당당한 장군들 같은 바다가 재무리 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생물은 껍데기를 다른 방식으로 만든다(주로 키틴이라는 중합체가 원료). 따라서 쌍각류 껍데기와는 달리 이들은 급속히 산성화 하는 바닷물에 녹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성화가 이들 생물의 아가미 기능을 저해하고 아주 어릴 때부터 갑각류들의 행태를 바꿔놓는 듯하다. 일부 과학자는 그와 같은 산성화가 지난 3억 년래 해양의 화학작용에서 가장 급속한 변화라고 믿는다.

잘게 부순 얼음조각 위에 스페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느러미 달린 수산물 10여 종이 올려져 있다. 아귀, 헤이크(대구의 일종), 정어리, 참치 등이다. 유럽에선 스페인 사람들이 생선을 가장 많이 소비한다. 바다의 화학적 구성 변화가 물고기의 건강·수명·생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도 보케리아 판매대 위에 진열된 많은 어종들은 하나 이상의 유럽 ‘멸종 위험’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남획 또는 그들을 지탱하는 먹이사슬의 변화로 인한 위협, 또는 대양 생물지구 화학(biogeochemistry, 생물과 지리적 환경과의 상호관계)의 변화에 따른 더 큰 위협에 처해 있다.

이 같은 현상 중 대양 생물지구화학 변화의 위협은 가장 덜 알려졌다. 해안을 따라 그리고 멀리 심해에서 거대한 ‘죽음의 수역(deadzones, 산소 결핍 구역)’이 급증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공허한 곳이다. 산소가 거의 없으며 때로는 생명체가 전혀 없다. 오로지 거의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에 국한돼 있다. 조류의 대량증식으로 발트해 일부는 이미 거의 죽음의 수역으로 변했다. 조류는 더 산성이 강한(그리고 알칼리성이 약한) 바닷물에서 번성하며 오염을 먹이로 삼는 생명체다. 발트해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이 한때 북유럽 전체의 식량 공급원 이었다. 그중 3분의 1이 사라졌으며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다 속 생태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요크대해양보호학과의 캘럼 로버츠 교수가 말했다. “사실상 바닷물의 알칼리도 (alkalinity) 변화가 해양 생태계의 대규모 구조변화를 초래하고, 해양 먹이그물(food webs, 상호 의존적인 먹이사슬), 생산성을 비롯해 온갖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가 사실상 큰 재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같은 위험 중 다수는 세계의 가장 긴급한 문제로 꼽히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된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지구기온이 상승한다. 그에 따라 극관 얼음 (polar ice caps)이 녹아 내린다. 뒤이어 해수위가 상승하며 다수의 생태계에 많은 문제를 초래해 왔다.

그로 인해 전 세계 해양의 화학적 구성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만든 여러 온실가스 중 주범으로 꼽힌다. 그것을 바닷물이 흡수하면서 해수면 근처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이온(pH) 농도를 낮춘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모든 인공적인 이산화탄소 중 3분의 1가량이 결과적으로 바다 속으로 흡수된다. 칼 스 펠레제로는 해양학연구소(ICM) 소속 과학자다. 연 구소는 보케이라 시장에서 1마일(1.6k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바르셀로나 해안 지구에 위치한다. 펠레제로는 해양 화학의 변화를 “기후변화와 쌍벽을 이루는 쌍둥이 재앙”이라고 부른다.

그가 학생들에게 그 기본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빨대를 이용해 물잔 속에 입김을 불어 넣도록 한다. 간단한 리트머스 테스트에서 입김 속의 이산화탄소가 물 속에서 녹을 때 pH농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잘 드러난다. 원래 알칼리성인물의 알칼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가 탄소연료 연소를 통해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됨에 따라 지구 규모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바다의 pH가 8.2였다. 그 수치가 이미 8.1로 떨어졌 다”고 펠레제로가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100년까지 평균 7.8이나 7.7에 도달할 것이다. 5500 만 년 동안 그렇게 낮아진 적은 없었다.” 참고로 pH 값은 0~14의 범위로 표시되며 숫자가 낮을수록 산성이고 높을수록 알칼리성이다.

펠레제로는 ICM의 해양 생물지구화학 연구 중 일부를 이끈다. 하지만 그의 분야는 훨씬 더 특화돼 있다. 고 해양복원(해양 환경의 시계열 분석)이다. 해저 고고학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드릴을 이용해 바다 밑바닥의 퇴적물 깊은 곳에서 시료를 채취한다. 그 시료들을 이용해 해양생물의 지구화학(지구 시스템의 화학적 작용)이 수천 년 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 조사할 수 있다. 펠레 제로는 1990년대 중반 이 연구에 착수했다. 해저 퇴적물 속의 플랑크톤 유해를 이용해 고대의 해수면 온도를 추정해 왔다.

그러던 중 1998년 일대 전기가 찾아왔다. 산호초를 연구하던 미국 생물학자 조애니클레이 파스가 한 학회에서 그래프를 살펴보던 중 놀라운 발견을 했다. 21세기 말엽엔 바닷물의 알칼리도가 낮아지면서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산호초 기반이 거의 침식되어 파괴되리라는 깨달음이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구토를 참지 못하고 문밖으로 뛰어나갈 정도였다. 그 위협을 주제로 그녀가 199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학계에 경종을 울렸다. 다른 과학자들이 곧바로 그 효과에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다가 실제로 산성으로 변하지는 않지만 그 표현이 문제의 위급성을 부각시켜 행동을 유발하리라고 그들은 추정했다. 산호초는 4000종의 어류를 포함해 어림잡아 전체 해양생물의 25%에 필요한 자원이다. 말하자면 바다의 우림인 셈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 펠레제로의 동료들도 관련 연구를 실시했다. 물의 pH가 더 낮았던 오래 전에 해양과 그 동물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아내려는 취지였다. 그들 이 코어 채취 기법(core-sampling techniques, 드릴로 원통을 퇴적물 등에 박아 넣어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을 적용해 얻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효신세(Palaeo epochs, 6400만 년~5400만 년 전)와 5500만 년 전 시신세(Eocene epochs) 사이 10만 년에 걸쳐 ‘효신세-시신 세 온난화 극대(PETM)’라는 현상이 발생했다. “패각 화석의 영향으로 퇴적물이 상당히 하얗다가 갑자기 붉게 변한다”고 펠레제로가 말했다. “그것은 패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뒤 다시 흰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0만 년이 넘게 걸렸다.” 처음 백색에서 적색으로의 변화는 패각 기반 생명체의 개체격감(dieoff)을 나타낸다. 백색의 회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개류의 완만한 복귀를 말해준다. 추정이 맞는다면 심해의 조개류 중 다수를 죽이거나 크게 바꿔놓은 pH 변화가 금세기 말에 다시 발생할 것이다.

pH 변화가 그밖에 다른 문제들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해양 퇴적물 속에 클라스레이트(clathrates)라는 안정되고 견고한 형태의 메탄이 자리잡고 있다. 물의 화학적 성질과 온도 변화로 그것이 불안정해져 대기 중으로 가스를 배출할지 모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큰 피해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다. 과거에도 지구온난화에 터보엔진을 달아준 적이 있다. 이른바 가스총이론(clathrate gun hypothesis)이다. PETM 중 바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채취한 코어 시료들이 말해 준다. 당시 상당수의 해양(특히 심해) 생물종이 사라지고 해수면이 5 ~ 9℃ 더 따뜻해졌다. 그리 대수롭지 않게 들릴지 모르지만 해저 생태계를 크게 바꿔놓고 육상 거주 생물에게까지 큰 피해를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얼음이 녹고 물이 늘어나면서 세계 대도시 중 다수가 상승하는 수면 아래 잠기게 된다. PETM 중에는 해수위가 오늘날보다 107m나 높았다. 예컨대 오늘날 유럽의 대부분, 미국의 북동 해안,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삼켜 버리기에 충분한 높이다.

펠레제로가 요즘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그와 같은 변화의 속도다. PETM 중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이젠 불과 몇 세기에 걸쳐 일어나려는 참이다. 산업혁명의 시작과 화석연료의 광범위한 사용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과거엔 pH가 낮았지만 이번에는 변화가 대략 10배가량 빨리 일어나고 있음을 기록이 말해준다. 그것은 생물종이 진화하고 적응하거나 바다가 스스로를 중화할 만한 시간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펠레제로가 말했다. “바다가 분명 산성화하는 중이다.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영향이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기인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과학자들 사이의 유일한 논란은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하느냐는 점이다.”

이미 일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일부 동물의 껍데기가 300년 전보다 더 얇아지고 있다. 2014년 2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해안 주변의 산성화 급증으로 가리비 1000만 마리가 사라졌다.

바다에서 가장 작은 유각 플랑크톤(shelled plankton)인 유공충(foraminifera)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PETM 당시에도 그랬다). 그리고 플랑크톤은 모든 해양 동물 먹이의 기반 요소다. 석회 비늘 편모류(coccolithophores)는 식물처럼 빛에너지를 흡수하는 유각 플랑크톤이다. 그 유해가 도버 백색 절벽(White Cliffs of Dover, 영국 도버 해협 해안의 흰 암벽)의 골격을 형성한다. 그런 석회비늘편모류도 현재 해양화학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익족류(Pteropods)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작은 바다 달팽이다. 연어, 해덕(대구과의 일종), 대구, 폴락(대구 과) 등 유럽과 북미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냉수성 어류(cold-water fish)의 주식이다. 실험에선 익족류는 알카리도가 낮아진 물에서 용해된다. 마치 코카콜라에 치아를 담가 놓을 때와 같다. 산성화는 북극에서 가 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익족류는 이미 멸종 단계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마치 지구에 잔디가 사라져 소들의 먹을 거리가 없어지는 격이다.

조류가 해양생물을 죽인다

어시장 방문 하루 뒤 어선으로 쓰였던 작은 배에 올라타 카탈루냐 북부 해안 앞바다로 따라 나갔다. 해양학자들이 배 주변의 일렁이는 파도를 향해 구토하고 있었다. ICM에서 매달 실시하는 물 시료 채취에 나선 길이었다.

선장은 남다른 풍모를 가진 63세의 조셉 파스쿠알이다. 코스타 브라바 지역의 어항 주변에선 전설적인 인물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다팔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여느 어부들처럼 날씨와 해수면 온도에 관해 하는 말을 들으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그 가족 대화에 확실한 데이터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1960년대 중반부터 직접 제작한 도구들을 이 용해 스페인에스타르티트 어항 앞바다에서 지중해 해류의 깊이 별로 해수면 온도 일지를 작성해 왔다. 그 작은 항구의 방파제에는 독창적인 해수위 측정 장치가 내장된 박스가 부착돼 있다. “옛 기상관측소에서 버린 부품으로 만든 기기”라고 파스쿠알이 말했다. “지중해에 조류가 없다고 어떤 책에서 읽었다. 그것이 틀렸다는 점 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 뜻을 이뤘다. 그리고 지중해의 평균 수위가 지난 24년 사이 8.9㎝ 가량 상승했음도 입증했다. 세계 결빙층의 용해에 관한 기후변화 과학자들의 계산과도 맞아떨어진다. 해수위 상승은 물론 대기 중 온실가스로 유발된다. 온실가스는 또한 산성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ICM이 파스쿠알의 연구에 주목했다. 그뒤로 ICM은 파스쿠알과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해 왔다. 피에라 델 마르 호의 그물과 줄이 지금은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 깊이측정도구, 복잡한 온도측정 도구로 대체됐다. 그들은 장기간에 걸친 조사 끝에 코스타 브라 바 바다에서 상당한 온난화가 있었음을 입증했다.

7년 전부터 파스쿠알과 펠레제로가 이끄는 조사팀이 매달 바다로 나가 산성화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주로 카탈루냐와 스페인 정부의 후원을 받았다. 아직 확실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외해에서 관측된 pH의 뚜렷한 저하를 입증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파스쿠알은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스마일 맨이다. 그의 짙은 구릿빛 얼굴은 실험실에 갇혀 햇빛을 보지 못하는 생화학자들의 창백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해수위 상승이 무엇보다 충격적이다. 기후변화가 원인이며 인류가 그 주범이라고 확신한다”고 그가 말했다. “바다가 탄소포 집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걱정스럽다. 바다는 지구 기온을 조절한다. 해양 시스템에 상당히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죽음의 수역 속으로

지난 겨울 오만 해안의 황량한 앞바다에서 내 평생의 바다 여행 중 처음 보는 희한한 현상을 목격했다. 튼튼한 고무보트를 타고 가족과 함께 스노클링 장소로 향하던 중 모두가 기겁했다. 크림처럼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가 갑자기 독을 품은 듯한 녹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같은 악취가 났으며 그뒤 1마일(1.6km)가량 그런 상태가 지속됐다.

“인근에 양식장이 없었나요? 강 하구는?” 이 이야기를 전하자 ICM의 해양 생물학자 에스더 가르세스가 물었다. 없었다. 내가 본 오만 해안은 산과 사막뿐이었다. “아마 평범한 계절적인 식물성 플랑크톤 대량증식(phytoplankton bloom)일 거예요.”

그녀는 유럽우주기구(ESA) 위성이 촬영한 놀라운 사진들을 내게 보여줬다. 프랑스 서부와 스페인 북부 사이 비스케이 만의 대부분을 점령한 녹청색 소용돌이의 모습이었다. 가르세스는 조류와 플랑크톤의 유해 대량증식(harmful blooms) 전공이다. 카탈루냐 해안 전체에 대해 매주 위험 진단을 실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조개류 양식에 미치는 잠재적인 해악이다. 조류를 먹은 쌍각류를 나중에 인간이 섭취할 때 독성을 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그만큼 화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관광지 해변 이 녹색 쓰레기로 뒤덮인 듯이 보이게 만든다).

그런 대량증식이 증가세에 있다. 주로 육상의 인간들이 흘려 보내는 오염이 원인이다. 하수, 대기 중의 남아 도는 탄산가스, 유출된 인공비료 모두 각종 플랑크톤이 먹어 치운다. 그에 따라 적조도 엄청나게 커진다. 해안의 인위적인 형태 변경도 원인을 제공한다. 조류가 파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평화롭게 번식할 수 있는 널따란 구역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21세기의 조류는 기이한 색깔의 물과 냄새를 훨씬 뛰어넘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랑크톤이 죽을 때 생긴다. “배출된 독소가 물고기와 기타 해양생물을 죽인다”고 가르세스가 말했다. “게다가 저 산소증과 죽음의 수역 문제도 있다.” 적조가 소멸될 때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산소를 빨아 들인다(죽은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그리고 저산소와 산소 완전고갈 구역에선 생존에 산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생물을 죽인다.

죽음의 수역은 상하 좌우로 이동한다. 따라서 측정하기가 어렵다. 1960년대 이후 죽음의 수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지구 각지에 400개가 넘는다고 해양 학자들은 믿는다. 미시시피강 삼각주 앞바다에 있는 죽음의 수역이 세계 최대로 꼽힌다. 주로 유출된 화학비료를 먹고 증식한 적조가 원인이다. 미시시피강이 지나는 지역에 화학비료가 널리 퍼져 있다. 해마다 달라지지만 미시시피 삼각주에 있는 죽음의 수역은 무려 2만 720㎢에 달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대략 뉴저지만한 면적이다.

로버츠가 자신의 저서 ‘바다의 생명(Ocean of Life)’에서 죽음의 수역을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했다. “깊이 들어갈수록 약간 으스스해진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나 살아 있는 생명체가 없다. 단지 우리들뿐이다.”

미시시피 삼각지수역은 흑해 다음으로 세계 2위 규모의 해안 저산소 수역이다. 그러나 멀리 외양(open oceans)의 수면 아래로 수백m 내려가면 사하라 사막보다도 클지 모르는 거대한 죽음의 수역이 있다.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없는 최대 공간이다.

산소가 거의 없어 대다수 생명체가 스러지는 구역으로 만드는 요인은 3가지다. 바다 일부 구역의 ‘(하층 해수의) 용승(upwellings)’은 자연 현상이다. 해류 또는 해저지진활동이 원인이다. 주기적으로 영양소와 식물성 플랑크톤(phytoplankton, 햇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플랑크톤 그룹)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한다. 이들 플랑크톤 군집은 햇빛을 받으며 적조를 실컷 먹고 죽는다. 그 다음에는 박테리아가 번식할 차례다. 죽은 플랑크톤을 먹으며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한다. 흑해는 정체돼 있으며 따뜻한 해수면 아래 수심 대략 150여m 아래부터는 생명체가 없다. 원래의 지질 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산소가 풍부한 해수면과 바다 밑의 어둡고 고도로 산성화된 물을 뒤섞을 해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식생활에 중요한 바다인 발트해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염 때문에 죽었다.

발트해에선 19세기부터 조류의 대량증식이 하나의 특징을 이뤘다. 처음에는 산업의 동력을 제공하고 북유럽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천연림을 베어내면서 영양 풍부한 토양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그뒤 발트해의 번창한 해안지대에서 오염물질들이 유출되며 플랑크톤의 먹이가 더 많아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코펜하겐, 덴마크, 스톡홀름, 라트비아의 리가, 헬싱키 등의 대 도시가 그 해안지대에 자리잡았다. 공장형 양돈장의 돼지 분뇨도 플랑크톤의 좋은 먹이가 됐다. 양돈업은 독일과 덴마크 일부 지역의 주요 산업이다. 지금은 해저의 상당 지역이 생명체의 숨통을 조이는 해초(다세포 조류)로 덮여 있다. 그리고 대구 같은 어종의 물고기 알들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선 살아남지 못한다.

“북구 사람들은 영양소의 발트해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가르세스가 말했다. “그러나 이젠 너무 늦었다. 영양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생명체가 성장하면 예외 없이 죽어 다시 해저로 돌아가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한다. 생물 다양성은 사전과 같다. 그리고 생태계의 이 같은 과정은 단어의 사멸과 같다. 똑같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먹을 물고기가 없다

보케리아의 어시장에서 팔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면 바로 해파리다(스페인 또는 유럽의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수요가 별로 없다). 다만 일부 중국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조각처럼 딱딱하게 말린 형태로 판매할 뿐이다. 금세기 말에는 자연산 해산물을 즐기는 보통사람의 저녁상에 해파리와 플랑크톤만 오르게 되리라는 설도 있다. 아주 돈 많은 부자들이나 이들 극히 귀해진 수산 식품을 사먹을 수 있게 될 듯하다. 먹이사슬의 복잡한 연결고리가 단절되면서 복잡한 생물종이 먼저 사라지고 가장 단순한 종류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바다는 다세포 생물의 시원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로버츠가 건조하게 말한다. 해파리(오히려 산성화를 좋아한다)가 이미 바다 나아가 어쩌면 세계를 접수하고 있다는 끔찍한 주장도 제기된다.

해답은 간단하지 않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제시된 기발한 ‘지구공학적(geoengineering)’ 방안(예컨대 햇빛의 인공적인 차단)은 바다에는 통하지 않는다. 산성화의 경우는 점진적으로 둔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여분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큰 희생이 따르는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방대한 지역을 숲으로 만들어 탄소를 다시 포집하고 무엇보다 화석연료 연소를 당장 중단하는 일이다.

일부 희망의 조짐은 보인다. 몇몇 세계 지도자가 이 같은 위협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례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부는 지난 6월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30억이 넘는 인류의 주요 식품 공급원인 바다를 보전하려는 취지다. 해양 보호구역을 확대해 남획을 줄이고, 산성화 등 해양 생화학 리서치를 위한 펀드를 새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로버츠는 무엇보다 산호초가 과학자들이 여태껏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 기쁘다고 말했다. 산호초는 산성화와 오존층 고갈의 영향으로부터 갈 수록 더 빨리 회복해간다. 21세기 후반에는 분명 바다가 더 산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의 조사에선 클레이파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산호초들의 생존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분명 희망을 가질 만한 요소”라고 로버츠가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예외적인 사례들이다. 이처럼 달라진 환경에서도 생명이 살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2100년에 생물종이 번성하리라는 의미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수집되는 증거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우리는 손에 든 세계 주요 서식지 카드 중 하나를 잃게 된다. 그것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글= ALEX RENTON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

사진 설명 = 1.한 과학자는 해양 화학의 변화를 “기후변화와 쌍벽을 이루는 쌍둥이 재앙”이라고 부른다 2.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 보케리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산물 시장이다. 하지만 바다의 환경악화가 계속된다면 이 판매대가 곧 텅텅 비게 될지 모른다 3.프랑스 서부와 스페인 북부 사이 비스케이 만에 발생한 이 같은 조류의 대량증식은 인근의 다른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 4.전 세계 바다에서 해파리의 급격한 확산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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