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마「도스토예프스키」만큼 돈타령을 많이 한 작가도 드물 것이다.「돈은 주조된 자유』라는 말을 남긴 사람도 그였다. 정치범으로 4년의 징역을 살며 구상했던『죽음의 집의 기록』에 나오는 얘기다.
불후의 명작 『죄와 벌』도 결국은 돈 얘기다. 『백치』며, 『미성년』에도 역시 돈 얘기가 나온다. 그의 소년시절은 귀족학교를 다닐 정도로 유복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횡사하고, 상배 하고, 그의 형마저 많은 빚더미를 그에게 떠맡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돈에 쫓기기 시작했다.
역설이지만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든 것은 그 곤궁과 고통이었다.『죄와 벌』도 실은 인세를 먼저 받고 출판사의 독촉에 밀려 허겁지겁 집필한 작품이었다.
「톨스토이」같은 명문 귀족출신의 점잖은 할아버지도『전쟁과 평화』에서 돈에 대한 독백을 했다. 『아, 아. 돈, 돈! 이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가!』
그러나 무 턱 구박만 할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화폐제도가 없었다면 모든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사는 재미 조차 없을 것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 인류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돈은 우리 삶의 목표는 아니지만 훌륭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그것을 얻는 방법이다. 또는 그것을 쓰는 방법이다. 아니 어느 쪽이든 다 마찬가지다.
이들은 선후가 따로 없다. 근면과 성실로 얻은 돈은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더 값지다.
사람의 덕목을 가르친「대학』은『이상하게 들어온 돈은 이상하게 나간다』고 했다. 돈을 버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돈을 부리기 보다 돈의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의 불행을 많이 보고 있다.
「프란시스·베이컨」도「돈은 최선의 종이고 최악의 주인』이라고 했다.
한자의 돈을 뜻하는「전」자의 유래는 옛날의 돈 모양을 본뜬 것이다. 쇠붙이를 깎아(첩) 만든 칼이나 창의 형상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모양의 돈을 사용했다.
오늘 그「전」자를 보며 색다른 은유(헌유)를 찾게 된다. 칼이나 창처럼 잘 쓰면 그것처럼 요긴한 것도 없지만, 잘못 휘두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가는 누구도 상상할 수 있다. 필경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돈을 칼이나 창처럼 휘두른 무리들 아니면, 돈의 종처럼 부림을 받던 무리들일 것이다. 각설하고-, 「투르게니에프」의 소설(엽인 일기)에 나오는 넋두리를 옮겨 본다. 『돈은 천하를 도는데 언제나 이쪽은 제쳐 두고 도는 것이 마음에 걸린단 말야』-. 요즘 세태의 일경을 보는 심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