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기 막아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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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포항시 남구 주민 이모(50.상업)씨는 "북구에 분양 예정인 한 아파트에 분양권 전매를 노린 외지 투기꾼이 몰리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외지인이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하는 바람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포항시민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구 장성동에서 재건축 중인 H아파트. 전체 1754가구 중 조합원 분을 제외한 1041가구를 곧 일반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비교적 큰 데다 도심 외곽의 주거지역에 위치해 관심이 높다.

포항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수도권.울산지역에 사는 청약예금 가입자들이 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포항으로 위장전입한다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이들의 주소를 포항으로 옮겨 당첨되면 분양권을 전매해 차익을 챙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50평형대의 경우 이미 4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라며 "외지인의 청약예금 통장을 300만원에서 2000만원에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중개업소도 청약통장을 가진 외지인과 청약 자격이 없는 포항시민을 연결해 주고 있다.

북구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소를 포항으로 옮긴 뒤 700만원짜리 청약예금 통장을 넘기면 2000만원을 주겠다. 대신 아파트에 대한 권리포기 각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통장 거래를 위해 포항으로 위장 전입한 사람이 7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전입자도 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한 달 동안 흥해읍과 죽장면 등 인구 변화가 거의 없는 북구 외곽 지역의 전입자가 140여명이나 됐다"며 "투기 목적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포항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11일 성명서를 냈다. 경실련은 "아파트 분양에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는 투기꾼들이 청약할 수 없도록 거주기간을 늘리는 등 청약자격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남 진주시는 지난 6월 분양한 D아파트에 투기 조짐이 일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적용, 아파트 청약자격을 분양일 3개월 전에 주소를 둔 사람으로 제한했다. 시 관계자는 "진주시의 경우 매달 20~30명 인구가 줄었으나 5월부터 700여명이 전입하는 등 투기 움직임이 나타나 규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4조는 '시장.군수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당해 주택건설지역에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조사 권한이 없어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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