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손자’ 케네디·부시 붙고 카터 낙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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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시(左), 카터(右)

이번 중간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대통령의 손자’들이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39),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손자인 조지 P 부시(38),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인 조셉 P 케네디 3세(34)가 가문의 텃밭을 무대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모두 든든한 정치적 배경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에선 명암이 갈렸다.

 가장 큰 성과를 얻은 이는 조지 P 부시다. 공화당 후보로 텍사스주 토지집행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주 소유의 토지와 광물 자원을 관리하는 요직인 토지집행관은 중앙 정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여겨진다. 당선으로 정치 경력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쟁쟁한 부시 가문 사람들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를 깼다. “부시 가문 사람은 첫 도전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다. 할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은 1964년 텍사스주 상원의원에 출마해 낙선했고, 삼촌인 부시 전 대통령은 78년 하원의원 도전에서 실패했다. 아버지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94년 낙선한 뒤 98년 두 번째 선거에서 당선됐다. 젭 부시 전 주지사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의 팀을 구축하고 훌륭한 캠페인을 통해 텍사스의 비전을 보여준 조지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조지 P 부시 역시 할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말을 전하며 자신의 당선이 ‘이름값’만이 아님을 강조했다. “할머니는 성(姓)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이름을 만들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민주당 후보로 조지아 주지사에 출마한 제이슨 카터는 고배를 마셨다.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개표 결과 득표율 44.9%로 네이선 딜 지사(52.8%)와 적지 않은 표 차가 났다. 12년간 조지아를 맡아온 공화당을 꺾을 기회였지만 미국 최고 수준의 실업률 등으로 오바마의 경제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투표했기 때문이다. 조셉 P 케네디 3세는 매사추세츠주 4선거구에 경쟁 후보가 나서지 않아 자동으로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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