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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 “폭발적 반응 겁나” … 임시완 “나는 또 까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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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tvN 드라마 ‘미생’의 주요 출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대명·임시완·이성민·강소라·변요한·강하늘. 원작 만화 캐릭터와 너무나 흡사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대명·변요한은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톤으로 연기하는 데다 재치있는 애드립으로 극중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이성민은 대본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사진 tvN]

직장인의 노곤함이 묻은 정장을 입고 그들이 걸어들어왔다. ‘상사맨’의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tvN 주말드라마 ‘미생’의 주·조연 배우들이다. 5일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공동인터뷰 자리에 모인 그들은 사뭇 긴장된 모습이었다.

바둑만 팠지만 입단에 실패하고 맨몸으로 사회에 던져진 장그래 역의 임시완(26)은 “평소처럼 연기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무서우리만큼 폭발적 관심이 덜컥 겁이 난다”고 했다. 그의 직장상사인 일중독자 오상식 과장 역의 이성민(46)은 “조직 안에서 각자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자신이 희생되고 남을 희생시키기도 하는 차가운 현실이 내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미생’에서 신입사원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실제 무역상사인 대우 인터내셔널에서 며칠 간 ‘취직’해 현장 분위기를 익혔다고 한다. 강소라(24)는 미리 엑셀·파워포인트 등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프로그램을 따로 독학해 왔다.

이성민은 대기업 중역인 매제로부터 ‘디테일’을 전수받았다. 바이어를 만나러 가기 전 껌을 씹고, 그 껌을 휴지로 싸면서 입까지 쓱 닦아내는 장면 등이다.

 하지만 이성민은 공(功)을 연출진에 돌렸다. 그는 “김원석 PD는 매우 정밀한 디테일을 현장에서 보여준다. 모니터에 나오지 않는 서류라도 반드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고 했다. 그는 “사실 드라마를 위해 별로 준비를 못했다. 컴퓨터 타자도 못 치고…”라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저희 드라마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장 안 ‘사람들’의 얘기다. 직장인만 보고 공감하라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연기한다. 연기하면서 완벽한 직장인처럼 하려고 신경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말문이 좀 열리기 시작하자 배우들은 서로 직장 동료인 듯, 가족인 듯 친근하게 눈빛과 말을 주고받았다. 이성민은 “실제로 오 과장이면 장그래·안영이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허둥지둥하다 “그래도 안영이를 당연히 뽑죠”라고 답했다. 이말을 옆에서 가만히 듣던 임시완이 “또 까였어”라고 조용히 혼잣말하자 이성민은 씩 웃기도 했다.

 임시완은 영화 ‘변호인’에 이어 이번에도 엄혹한 현실에 내쳐진 20대를 맡았다. 그는 “계속 불쌍하고 처연한 느낌의 역을 맡으니 평상시에도 자신감이 결여되고 위축된 느낌도 든다.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 장그래를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장그래의 불쌍함은 긴장하거나 당황할 때마다 유독 붉어지는 귀·입술 때문에 더 도드라진다. 시청자들 중에는 “극적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CG를 넣은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임시완은 “장그래를 맡고 부끄러움이 많아졌다. 긴장이 유달리 많이 된다. 그게 귀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귀까지 연기하네’라는 분들도 있는데, 연기라기보다 정말 당황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고 했다.

 20대 배우들은 ‘미생’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엘리트 신입사원 안영이역의 강소라는 “안영이는 능력이 좋고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는데 차별 대우를 받고 핍박당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실을 정면으로 뚫고 헤쳐나간다. 실력과 노력으로 증명하는 법밖에 없다는 것, 안영이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깐죽대는 성격의 신입사원 한석율 역의 변요한(28)은 “예전에는 작품을 할 때 연기를 잘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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