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아동문학가 박화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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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요'과수원길'(김공선 작곡)의 작사자인 원로 아동문학가 박화목(본명 박은종)씨가 9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81세.

황해도 황주 출신인 고인은 평양 신학교를 수료하고 만주 봉천동북신학교와 한신대 선교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41년 어린이 잡지 '아이생활'에 동시'피라미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동심의 세계를 선보이며 동화.동시 작가로 필명을 날렸다.

시집 '시인과 산양' '그대 내 마음 창가에' '천사와의 씨름' '환상의 성지순례', 동시집 '초롱불' '꽃 이파리가 된 나비', 동화집 '아기별과 개똥벌레' '인형의 눈물' 등과 저서 '아동문학개론'을 남겼다.

그의 주옥같은 시편들은 가곡으로도 애창되고 있다.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윤용하 작곡의 '보리밭', 채동선 작곡의 '망향'등이 그것이다. '보리밭'은 작곡자 윤용하(1922~65)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고인에게 마음을 달래줄 서정 가곡 한 편을 만들자고 제안해 가사를 받아 부산 피란 시절에 곡을 붙였다.

고인은 지독한 가난 탓에 가족과 헤어지는 등 생활고가 극심했던 윤용하씨의 작품집을 사후에 출판해 그의 예술세계를 세상에 소개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민경찬(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는 "월북시인 정지용씨가 작사하고 채동선씨가 작곡한 '고향'의 연주가 금지되자 가사를 '망향'으로 바꿔 연주가 가능토록 하는 등 그의 예술 사랑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 작가, 국제 국제 펜클럽(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회장을 지냈으며 기독교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한국아동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언론계.교육계에서의 활동도 활발해 KBS 전신인 서울중앙방송의 문예담당 PD, 한국일보 문화부장, 중앙신대(현 강남대) 교수 등을 역임하기도했다.

유족은 부인 김숙희씨와 아들 성혁(목사)씨 등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2일 오전 9시. 02-392-3499.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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