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승5패 3무>
1934년12월 서정권은 뉴욕의 매디슨스퀘어 가든에 등장했다.
이곳은 세계 복싱의 최고 무대. 한국은 물론이고 동양인으로선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링을 서정권이 최초로 밟았다.
여기서 서정권은 복싱 인생의 최절정기를 맞았다.
첫 경기에서 파나마 챔피언인 흑인「베이비·퀀타나」에게 판정패하는 듬 승패가 거의 반반이었으나 대륙의 서부를 휩쓸던 선풍적인 인기는 그대로 뉴욕에서 재연되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관람석은 6만여석. 서정권의 경기 때마다 이 광대한 객석이 거의 만원을 이룬 것이다.
서정권은 살인펀처「리틀·판초」와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재회했다. 이날의 매디슨스퀘어 가든은 초만원이었으므로 이튿날의 신문들은 10만 관중이라고 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생애 최초의 패배를 안겨 줬넌「영·토미」와도 재 대결을 벌였다.
이러한 세계 정상급과의 일련의 대전에서 서정권은 1만 내지 최고 1만8천7백 달러의 파이트머니를 받았다. 돈과 인기의 풍요속에 프로복서로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당시 경기장 입장료는 일반석이 보통 50센트였다. 따라서 서정권은 통상 총입장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타였다.
서정권의 복싱 일생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스피디·다토」에게 석패한 것이다.
「스피디·다토」는 당시 밴텀급 세계 랭킹 1위였다. 챔피언은 파나마의「일·브라운」 이었으나「브라운」이 타이틀 방어전을 거듭 기피, 사실상 공석이었으므로 최강자로「다토」가 지목되고 있었다.
서정권은 1차전에서 격렬한 접전으로 시종한 끝에 근소한 점수차로 판점패 했다. 이 경기에 관해선 논란이 많아 판정이 부당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게리·쿠퍼」가 특별히 서정권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주기도 했다-.『실제로는「미스터·조」가 이긴 경기야』라면서-.
약 한달 후의 2차전에서는 서정권이 일대 설욕전을 감행, 화산이 폭발하듯 울분을 터뜨리는 맹공을 퍼부어 간단히 3라운드에 통괘한 KO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서정권은 돈밖에 모르는 뉴욕의 흥행사들에게 마치 곡마단의 원숭이같이 마구 혹사당하고 만다.
숨돌릴 틈이 없는 빅 매치를 계속 강요당했다. 어리석을 수 에 없었던 식민지 출신의 외로운 코리언 복서는「영·토미」「스피디·다트」「스몰·몬태나」「리틀·판초」등 한결같이 세계 정상급인 쟁쟁한 라이벌들과 번갈아 맞붙은 것이다.
결코 철인이 아니었던 서정권은 비정한 집중 공략의 표적이 되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영·토미」「스피디·타토」등에게 연속 패퇴했던 것이다.
서정권은 스스로 휴식과 기분 전환을 위해 도미한지 3년3개월만인 35년7월 귀국했다. 만23살로 아직 복서로서의 수명은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숙적「영·토미」「스피디·다토」등을 물리쳐 세계 챔피언의 영광을 쟁취하겠다는 필생의 계획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귀향길이 미국과는 이별이 되고 말았다(47년만인 재작년 5월 70살을 바라보는 고령으로 일시 방미했음).
당초 복싱을 극구 반대했던 부친이 서정권을 고향 순천에 붙들어놓고 금족령을 내렸으며 전격적으로 결혼을 시켜버린 것이다.
부친이 이렇게 서두른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정권이 미국에 있으면서 일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정권은 3년 전 대양구을 타고 태평양을 건널 때 배 안에서 미모의 19살 처녀를 만났다. 이 처녀「스스무」양은 시애틀의 워싱턴대 가정과를 다니는 재미 일본교포로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서정권과「스스무」는 틈만 나면 서로 시애틀·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지를 오가며 교제, 결국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35년 초「스스무」가 대학을 졸업하자 둘은 동거에 들어갔다. 꿈같은 신혼생활-이 즈음 서정권의 전적이 좋지 많았다- 몇 개월이 지나자 부친으로부터 한번 다녀가라는 분부가 거듭됐고 서정권도 새 생활을 고향에 알릴 생각으로 귀향했다. 그러나 발목이 꽉 잡히고 말았다.
일본 여자와의 결혼을 부친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전주 만석꾼의 딸(김순면·3년 전 별세)을 전격적으로 짝지어줬다. 서정권이 미국에서 남긴 통산 전적은 57건49승(36KO) 5패 3무승부로 미국 밴텀급 랭킹3위와 에베레스트연감에 의해 세계 랭킹6위에 마크되었다.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사상최초의 세계 렝커였다. <계속>계속>
(3409)제77화 사각의 혈전 60년(27)-김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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