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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가려던 대학생 "항공권 가짜"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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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일 낮 12시 미국 시카고로 어학 연수를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서울 A대학 학생들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이 가짜로 드러나 탑승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여행사에 문의했지만 "우리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다행히 학생들은 이날 저녁 사태를 파악한 여행사 측이 다른 항공편을 마련해 줘 가까스로 시카고로 떠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평소 399만원인 시카고행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여행사로부터 118만원에 구입했지만 가짜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싼값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가짜 항공권이 나돌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대는 8일 해외에서 위.변조된 가짜 항공권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혐의(위조 유가증권 행사 등)로 조모(27.무역업)씨와 여행사 대표 정모(37)씨를 입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3일 미국 시카고행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출국하려던 A대학 학생 40명에게 가짜 항공권을 파는 등 5월부터 최근까지 해외 항공권 유통업자로부터 산 가짜 항공권 51장(1억1000만원 상당)을 국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짜 항공권은 대한항공 10장, 델타항공 22장, 유나이티드항공 19장 등이며, 델타항공 승객의 출국수속 업무를 대행하던 대한항공 측이 항공권에 기재된 발권용어가 일부 틀린 사실을 발견하고 정밀 조사를 벌이면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멕시코에서 무역업을 하다 알게 된 현지인 H씨로부터 문제의 항공권을 값싸게 구입, S여행사에 판매했다. 정씨는 이 항공권을 국내 중소 여행사 세 곳에 다시 판매했고 학생들은 이 중 한 곳에서 이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공항경찰대 백성열 수사계장은 "항공권은 환불 불가, 일정 변경 불가 등 제한 사항이 붙을수록 값이 싸진다"며 "싸다고 무턱대고 사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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