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건재' 과시… 세계 이목 쏠린 런던에 폭탄세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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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에 이어 이번에는 영국의 중심에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지난해 3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파 사건에 이어 다시 유럽 전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을 주장한 알카에다 성명은 덴마크.이탈리아를 포함한 모든 기독교 국가에도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유럽의 런던이 목표가 된 이유는 명확하다. 알카에다에 영국은 '제2의 적'이다. 2001년 이후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적극적인 동참자이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이슬람사상연구소 아잠 알타미미 박사는 사건 발생 직후 "런던 테러는 이미 예정된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 런던은 단 한번도 알카에다의 공격 목표에서 제외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등 이 단체가 발표한 수많은 성명에서 영국은 매번 공격 대상국으로 거명됐다. 일부 성명에서는 영국을 '21세기 십자군 쌍두마차의 하나' '미국의 충실한 개'라고도 표현했다. 이번 공격의 책임을 주장한 '알카에다 유럽 지부 비밀조직'이라는 단체도 "우리는 영국 정부와 국민에게 항상 경고해 왔다"면서 "우리의 약속을 지켰으며 축복받은 군사작전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영국이 참전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공격 이유도 명확히 밝혔다. "영국 외에 군대를 파병한 모든 다른 기독교 국가도 즉각 철군하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오랫동안 별러 오던 런던 공격을 7일 실행에 옮긴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날 2012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영국은 세계 매스컴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6일부터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 G8 정상들이 대거 참가해 세계의 이목이 영국으로 쏠려 있던 상태였다.

알카에다는 동시다발 테러라는 전형적인 공격수법으로 자신들의 조직력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사망설과 체포설이 나돌았던 알카에다 지도부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건이었다.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도 런던 테러 발생 직후 지난 2일 납치한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대사 이합 알샤리프를 살해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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