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치킨·갈비찜·호떡 … 영국 미식가들 반했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주디 주 셰프가 영국 미식가들에게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프 무어]

페이 매쉴러, 톰 파커 볼스. 우리에겐 낯선 이름들이지만 영국의 미식업계를 쥐락펴락 하는 인물들이다. 런던의 석간지인 이브닝 스탠더드의 매쉴러 한 마디에 레스토랑이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톰 파커 볼스는 어머니 카밀라 파커 볼스(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콘월 공작부인)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저명한 음식 비평가다.

 이들이 지난달 9일 한자리에 모였다. 307년 된 영국 최고의 식자재 백화점인 포트넘앤드메이슨이 매주 여는 ‘포트넘 서퍼 클럽’인데 “이 이름으로 한 건 2년이지만 비슷한 형식으론 수백 년을 해왔다”(이완 벤터스 백화점 최고경영자)는 식도락 자리다.

 바로 한식 때문이었고 소주 때문이었다. 백화점 사상 둘 다 처음이라고 한다. 광주요에서 만드는 소주인 ‘화요’가 백화점에 입점한 걸 기념한 자리였다 .

 셰프는 재미동포 주디 주였다. 인기 요리 프로그램인 ‘아이언셰프-영국편’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원래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금융인이었다. 곧 런던에서 한식당을 내는데 투자자로 아랍에미리트(UAE) 만수르 왕자의 측근이 참여해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술은 광주요의 조희경 기획이사 몫이었다.

 요리는 세 코스였다. 전채요리는 한국식 양념치킨이었다. 고추장 맛이 제법 강했다. 메인요리는 김이 뿌려진 갈비찜, 후식으론 호떡이 나왔다. 중간 중간에 소주도 나왔다. 칵테일로도 스트레이트로도 제공됐다.

 현지의 비평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매쉴러는 ‘지난주에 먹은 5가지’ 글 중에 한국식 양념치킨을 포함시켰다. 볼스는 트위터에 “멋진 저녁이었다”며 주디 주 셰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거짓말을 안 하겠다. 정말 맛있었다”(윈터), “내가 지금껏 먹어본 최고의 요리 중 하나”(데스마저리)라는 반응도 있었다.

 주디 주 셰프는 이후 “서퍼 클럽 티켓(45파운드·7만6000원)이 24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들었다”며 “엄청난 성공이었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