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불교종단과 종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통일기관을 의미한 총무원(교무원)·종회가 있으나 명의뿐이오 통일을 기하지 못해 불교의 통일적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되니 그 원인은 한마디로 승려의 자각부족이다.』
한용운 선사가 『조선불구개혁안』을 통해 1910년대에 외친 불교종단에 대한 비판이다. 한국불교의 종단 현실은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지만 이같은 외침을 다시 한번 되씹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문공부에 등록된 불교종단은 모두 18개-.
이들 불교종단은 최고지도자나 대표를 흔히 종정(13개 종단), 또는 총인(진관종) 돈정(천화불교) 종주(용화종) 종통(정토종) 법주(법화종) 등으로 호칭한다.
원래 종단이란 같은 불교이면서도 교의·행사·작법 등이 서로 달라 생긴 분파를 말한다. 따라서 각기 특수한 역사를 가지고 종파의 특성을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이어 받아가게 마련이다.
종단은 종단·소의경전·종지 등에 따라 각기의 구체적인 특색을 갖는다. 그러나 한국의 불교종단들은 이같은 구체적 내용들이 거의 비슷하거나 일치해 사실상 별다른 특색이 없는 채 종파 난립상을 노출하고 있을 뿐이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경우 다같이 대승보살도를 지향, 종지(상구보제 하화중생)가 같고 소의경전도 똑같이 『금강경』이다. 다만 종조만을 보조국사(신라804∼880년)와 보우국사(고려말 1301∼1382년)로 달리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종단현실은 흔히 비구·대처로 구분되기도 하는 조계종단(사찰 1천5백개·승려 1만3천명·신도 4백40만명)과 태고종단(사찰 2천3백개·승려 3천2백명·신도 3백50만명)이 양대산맥을 이룬다.
불교종단은 18개 외에도 조계종 계열의 일붕비종회(대표 서경보), 한국관음회(대표 김상봉)와 국제도덕협회(일명 일관종·대표 김복당)등이 독자적 종파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관음회는 신도법회의 성격을 띠고 매주 수요일(하오7시), 토요일(하오2시) 조계종 총무원 불교회관에서 회장인도로 독자적인 법회를 갖는 참가신도 2천5백명에 창립 20주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도단체다.
횡적인 불교종단 연합기구로는 한국불교협의회(68년)-대한불교총연합회(76년)-불교종단연합회(81년)-한국불교종단협의회(현재) 등이 이름을 바꾸어가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으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불교종단협의회에는 현재 진각법화 일승종 등을 제외한 15개 종단이 가입해있다.
종단구성 및 운영에서의 핵심은 종권문제다.
종단기구는 통상 종회(입법부) 총무원(행정부) 감찰부(사법부)로 구성, 3권 분립의 민주정치체제를 따르고 있다.
불교종단들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크게 나누어 ▲종단구성문제 ▲종단내분 ▲종단간의 재산분규 등으로 요약된다.
종단은 대체로 구성근거법인 종헌에 사부대중(비구·비구니=승려, 청신사·청신녀=신도)으로 구성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의 경우 종권 및 종단의 현실적 운영은 단연 승려 중심이며 재가신도는 전혀 소외돼있다.
그래서 조계종 신도들은 종회에의 진출문호를 개방해 줄 것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오고 있다.
내분은 종권다툼이 주요 배경을 이룬다. 현재도 총화·일승·법화·법상종 등의 군소 총단들이 종단헤게모니를 둘러싼 내분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이서옹 종정은 종단 통괄의 종권을 대심스님에게 이양한다. 서기 1975년12월24일
조계종총점 이서옹』
이는 무명의 종권 다툼에 극치를 이룬 제적승 김대심 일당에 의한 조계종단 「종권 쿠데타」때 작성됐던 종권이양서다.
「장미스님」이라는 별칭으로 한때 이름을 떨친(?) 제적승 김대심 일당(22명)은 75년12월23일 밤 조계종 총무원에 난입, 계종정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종권 이양을 강요하는 종권탈취의 난동을 부렸다.
1백 여명의 총무원 간부·직원을 지하실에 감금, 옷을 벗겨 치욕적인 매질을 가하기도 하고….
칼에 찔려 턱밑에서 흐르는 피로 순구(?)의 종권이양서에 서명한 이종정은 13시간만에 경찰출동으로 풀려나 입원하고 종권 쿠데타는 「반일천하」로 막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한국불교의 어두운 종권다툼을 대표한 치욕스런 상징이었다.
20년 동안 끊임없는 쟁송을 되풀이한 조계종단의 내분도 모두가 종권다툼이었다.
종단간의 분규로는 사찰소유권을 둘러싼 재산싸움과 비구대처의 계율이념 분쟁이 주내용이다. 특히 조계·태고종간의 30년 가까운 사찰분규는 현재도 10여개의 사찰소유권 소송이 계류중인 상태다.
불교종단들은 종헌상으론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표방, 주지 임명권의 보도를 쥐고 있을 뿐 재정·불사추진 등은 거의가 개별사찰 차원에서 추진된다.
따라서 종단은 종권의 핵심내용인 주지임명권을 노리는 분규무대로 전락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게 뜻있는 불자들의 비판이다.
이제 한국불교는 종단의 조직화된 통제력을 자생시켜 사부대중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것만이 중흥의 요체라는 점을 새삼 인식하고 그 실현방안의 모색에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