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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로 편입 요구 서명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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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달 말 현재 보성군 벌교읍은 인구가 6819가구 1만6623명으로, 군 전체(2만2850가구 5만3780명)의 31%를 차지한다. 군청.경찰서 등이 있는 보성읍(4136가구 1만703명)보다 지역 세가 훨씬 크다.

이런 벌교읍의 주민이 보성군과 결별하고 순천시로 가겠다며 행정구역 변경을 요구하고 나서 보성군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벌교 발전과 행정구역 개편 범읍민추진위원회'는 벌교읍을 순천시 낙안면으로 편입해 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전남도 등에 내기 위해 지난 달 말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추진위는 번영회.이장단을 비롯한 벌교지역 사회.직능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추진위의 박홍관(46)사무국장은 "벌교가 원래 낙안군에 속했었으나 1908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보성군에 편입됐으며, 이제 역사.문화.경제.지리적으로 한 뿌리인 순천으로 되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탈(脫) 보성, 순천 편입' 움직임은 벌교읍 주민들 사이에 오랜 기간 널린 퍼진 소외감이 크게 작용했다. 세금은 군내 12개 읍.면 중 가장 많이 내면서 지역개발사업과 예산 편성에서 항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인식해 온 것이다.

한 벌교읍사무소 직원은 "주민들이 원한다고 행정구역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주민이 실제로 순천시 편입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축제 예산을 삭감한 게 주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것 같다"고 밝혔다.

벌교읍은 '벌교 꼬막 축제'를 10월 중에 크게 열기 위해 4월 1억원의 예산 지원을 신청했었다. 보성군은 이를 추가경정 예산안에 편성했으나 보성군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다른 읍.면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삭감했다.

벌교읍 주민들은 이에 반발, 보성군이 5월 초순 보성읍에서 연 다향제와 군민의 날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읍내에서 따로 '한마음 대회'를 열었다. 또 벌교읍의 봉사단체 등은 대표 이.취임식 등 각종 행사에 군수나 군의회 의장을 초청하지 않고 있다.

벌교읍 출신 군의원인 김종혁(45)씨는 "꼬막축제 예산은 지금이라도 다시 논의될 수 있는데, 현 상황은 예산문제를 훨씬 넘어서 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만큼 심각하다"고 말했다.

벌교읍의 동요에 대해 보성군과 보성군의회는 직접 개입해 일일이 대응할 경우 일이 더 커지고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사태를 주시만 하고 있다.

보성군 관계자는 "이장들까지 서명운동에 앞장서고 현지 주민들의 여론이 아주 나빠 참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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