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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교」 설립 앞두고 점검해본 실태|영재교육-교사·「프로그램」이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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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학영재교육이 시작됐다. 문교부가 내년에 첫 과학고등학교를 수원에 설립키로 확정함에 따라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왔던 과학영재교육이 곧 새로운 교육제도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영재교육의 필요성은 고교평준화 이후 꾸준히 대두되었으나 시행상의 어려움과 문교행정의 난맥으로 지금까지 체계적인 대책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교육혁신이 강조됐고 고급두뇌 양성이 경제발전의 요소로 지적되면서 영재교육은 상당히 타당성을 갖게 됐다. 여기에 평준화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수학·과학의 우수 집단 감소 현상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대학입시 제도의 개혁으로 빚어진 성적상위학생의 대량 의·법·상과 진학은 학문간의 불균형은 물론 국가의 장래마저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과학수재아 교육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l973년 전국교육자대회 우수능력개발분과 협의회에서였다. 여기서 과학수재아 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이 제시됐다. 이 제의는 문교부평준화 시책에 밀려 장기간 빚을 보지 못했다.
80년에 들어서도 예산문제로 진통을 겪다가 오히려 문교부 밖에서 과학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별도 추진의 움직임이 있자 문교부는 부랴부랴 설립계획을 확정, 발표해 버렸다.

<국내상황>
과학 영재교육과 관련된 국내활동은 81년에 경북 구미고등학교에 1학급의 우수학급을 신설, 연구 중에 있다.
구미고교는 81년3월 7백20명(남 4백20·여 3백)의 1학년 학생 중에서 3·1% 안에 드는 22명을 선발, 특별학급을 만들었다.
선발방법은 ▲지능검사 ▲창의성 검사 ▲적성 검사 ▲입학 학력고사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들의 지능지수는 1백30 이상이었으며 창의성도 상당히 높았다.
선발학생들은 자체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을 받고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속진 학습을 받아 1년 동안 3년 교육과정의 56·6%의 진도를 보였다. 2학년 진급생은 19명으로 3명이 진도를 따르지 못해 탈락했다.
구미고교의 1년간 지도결과 드러난 문제점은 앞으로 각 시·도에 세울 과학고교에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우선 선발학생이 과학영재가 아니라는 점과 지역적으로 보아 영재의 모집이 어렵고 연구수행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은 점이다. 19명 중 6명이 문과를 원하고 있으며, 실험실·기숙사시설 등은 새로 설치해 뒤늦거나 미비점이 많다.
앞으로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원경난양(l7)은 『실험을 많이 하고 싶으나 시설 및 기재가 부족해 교과서에 있는 것조차 모두 해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체제의 미흡이다. 영재교육 전문교사의 결여, 교육프로그램 등의 준비부족으로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지도교사 박성권씨(35)는 『금년 말이면 연구학급은 고등학교 3년간의 전 교과과정이 끝난다.
3학년에 올라가서 이들에게 대학과정을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복습을 시킬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83년부터 과학고교를 설립하는 경기도교육위원회는 학년 당 2학급씩 총 6학급(1백80명)을 설치한다는 계획아래 준비중에 있다. 이 학교는 경기도학생과학관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학생과학관 부설로 설립되는 것이 특색이다.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며 학제 및 교육과정은 현행 고등학교과정 및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교육과정은 기초과학(수학·물리·생물 등)을 전체수업 중 현행 20% 내의에서 30% 이상으로 올려 교육하며, 관찰·실험학습을 중점으로 하게된다.
이들 학교들이 똑같이 당면한 난점은 대학교육과의 연계문제. 대학교육과의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름만 바꾼 또 다른 일류고등학교로 변신할 우려마저 있다.
현재 ▲동계진학 혜택부여 ▲내신성적 예외조치 ▲조기졸업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교육법의 보완 없이는 특수목적교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하다. 홍창기 학무과장은 『법령 및 제도개정을 문교부에 건의중이며 제커리큘럼·교원확보 등은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국의 예>
미국은 지난 69년 「특수교육을 위한 근거법」을 제정, 30개 주 정부에서 영재교육과를 운영하고 있다.
중요 학교는 뉴욕의 보통코스 스튜버선트고교, 샌프란시스코의 로웰 고교 등이다. 미국의 영재학교는 대부분 수학· 과학을 강조하는 인문계고교다.
최근 들어서는 개도국에서 영재교육에 관심이 높아져 터키·인도 등에서도 특별교육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도의 경우는 과학연구소부설로 영재학교를 설치, 우수과학자 밑에서 도제형식으로 고교의 수재를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
각국 영재교육의 공통점은 과학영재선발에 중점을 두어 특별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기간을 단축, 조기에 한 명의 연구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게 하는 점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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