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은행장 당분간 겸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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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29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성과와 역량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KB에 어떤 인연, 연고로 왔는지 묻지 않겠다. 성과와 역량에 따라 평가해 공정한 인사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29일 열린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일성이다. KB지주 이사회는 이날 윤 회장 내정자를 다음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의했다. 윤 내정자는 “이사회와 논의한 결과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당분간 겸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이날 서울 명동 본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첫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노조의 반발로 회사 밖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선임된 후에도 한동안 출근저지 투쟁을 겪은 황영기·어윤대·임영록 등 역대 수장과는 다른 행보다. 이날 KB금융은 주주총회 전까지 윤 내정자를 경영고문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윤 내정자는 “정기 인사 때까지 인사가 없을 것이니 흔들림 없이 전력을 다해달라고 대행을 통해서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외부에서 쓸데없이 청탁하지 말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차기 수장을 뽑기 위한 인선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거취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둘러싼 내분에서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책임론이 높았지만 차기 회장 선임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뤄왔다. KB지주의 당면 과제인 LIG 손해보험 인수를 위해서도 사외이사 문제가 중요해졌다. 금융위원회가 KB의 지배구조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KB금융 사태에서 사외이사제도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사태로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드러났고, 이사회는 핵심인데 현재 상태에서 지배구조가 안정됐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라며 “KB가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고 일신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이 사퇴 대신 자연적인 물갈이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3월이면 이경재 이사회 의장과 고승의·김영진·이종천·황건호·김영과 이사 등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날 이사회 직후 김영진 이사(회장추천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교수)는 “KB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KB금융 한 임원은 “과거 이사회는 법률 전문가, 언론인, 외국계 기업 CEO 등 직능별·분야별로 골고루 안배해 경영진 견제가 가능했는데 현재는 대부분 교수”라며 “이사회 구성부터 새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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