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큰식당] 짬뽕과 국밥 두 그릇 시키셨죠, 피자와 전골은 덤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깊어가는 가을, 가족이나 친구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맛집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주머니 사정도 싸늘하다. 까다로운 입맛과 푸짐한 양을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음식점은 없을까. 그런 곳이 있다. 불황 속에 마진을 줄이더라도 과감하게 서비스로 승부하는 맛집이다. 짬뽕엔 피자를, 해장국엔 불고기전골을 ‘통 크게 쏘는’ 식당이다. 식후 다양한 후식과 할인은 물론 적립까지 할 수 있다. 덤을 주는 맛집을 소개한다.

홍굴이해물짬뽕·칼국수

홍굴이해물짬뽕·칼국수 식당은 해물짬뽕을 2인분 이상 주문하면 피자를 덤으로 준다.

천안시 제2산업단지 입구에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40~50여 명의 직장인이 길게 줄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서용원(45) 대표가 운영하는 홍굴이해물짬뽕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이다. 아무리 줄이 길어도 10여 분이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순식간에 또 다른 줄이 생겨 점심시간 내내 북새통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지나가던 차량들도 식당 앞에서 멈추게 한다는 홍굴이해물짬뽕의 매력이 궁금하다.

3대 가족 손님에겐 만두·피자 서비스

기자가 찾은 주말(25일) 오후 3시에도 식당 앞은 번호표를 든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고객 누구도 짜증을 내기보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 고객을 위해 입구 한쪽에 마련된 미니 농구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잠시 후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찬 식당에 들어가 보니 식탁마다 엄청난 양의 홍합 껍데기와 피자 접시가 놓여 있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홍굴이해물짬뽕(7000원)이다. 2인 이상의 손님이 짬뽕을 시키면 피자전문점에서 1만원 이상 하는 꿀이 발라진 ‘고르곤졸라 피자’가 덤으로 따라 나온다.

가게 안은 점심 때가 지난 시간에도 불구하고 노부모를 모시고 온 엄마, 아빠와 그 옆에서 만두와 피자를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이 집의 또 다른 서비스 중 하나인 3대가 오면 주문 메뉴와 상관없이 군만두와 피자를 무료로 주는 서비스다.

 “2008년 이곳에 식당을 열자마자 프랜차이즈임에도 본사의 기본 매뉴얼과 달리 짬뽕을 먹고 1% 아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밥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효과가 크더군요.”

산업단지 특성상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을 위해 빠른 시간에 홍합과 면을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공기밥까지 무료로 준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에서까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몰리는 ‘대박 식당’이 됐다. 요즘도 주말이면 하루 400명 이상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서 대표는 2005년 퇴사 후 삼겹살집을 운영하며 개인 프랜차이즈 창업의 꿈을 키웠지만 우연한 기회에 시원한 국물 맛의 홍굴이해물짬뽕을 접하면서 매력에 빠져들었다.

홍합 한 그릇을 시켜도 마산과 여수의 양식장에서 매일 공수되는 신선한 홍합과 통영 굴을 듬뿍 넣은 푸짐한 짬뽕이 뚝배기 가득 밥과 함께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그래도 부족한 고객을 위해 면과 홍합, 공기밥 리필은 물론 아예 곱빼기도 같은 가격을 받는다. 여기에 전복과 홍합을 넣은 짬뽕을 시키면 전복해장죽이 덤으로 나온다. 2인 이상이면 피자까지 무료로 나와 ‘남는 게 있냐’는 손님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가게를 나가는 손님들을 위해 보리강정·한방차·커피머신이 기다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문앞에는 20여 개의 스마일 우산(사진 1)이 준비돼 있다. 우산을 반납하면 군만두 한 접시가 공짜다. 단골 고객들을 위해 4단계 색상별 카드적립 서비스도 시작했다. 카드별로 추가 메뉴 서비스나 무료 식사는 물론 30% 할인이라는 혜택도 제공받을 수 있다. 문의 041-565-6232

비빔밥에 불고기전골

콩나물국밥집은 해장국과 비빔밥을 2인분 이상 주문하면 불고기전골을 거저 준다.

“6000원짜리 콩나물해장국이나 비빔밥을 시켰는데 불고기전골을 덤으로 줍니다. 돈을 내면서도 ‘남는 게 있냐’며 미안해 하는 고객이 많아요. 어떤 때는 오히려 제가 미안할 정도지만 퇴직 후 시작한 첫 번째 식당에서 얻은 교훈은 마진이 적은 게 아니라 손님이 없는 빈 자리라는 사실이었죠.”

밥값 3%씩 모아뒀다가 6개월 뒤 줘

서 대표는 최근 또 하나의 식당을 냈다. ‘홍굴이짬뽕’ 하면 서 대표 가게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식당이 자리를 잡자 바로 옆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서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만 손님들이 몰려드는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집이 속출하자 옆 가게까지 살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비어 있던 옆 가게를 임대해 새로운 업종인 콩나물국밥집을 연 것이다.

이 가게 역시 10여 가지 메뉴가 보통인 일반 한식집과 달리 메뉴는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비빔밥 두 가지뿐이다. 2인 이상 주문 시 불고기전골을 덤으로 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손님들이 국밥 한 그릇 먹으러 왔다가 불고기가 나와 당황하자 아예 가게에 ‘불고기전골 주는 콩나물국밥’이라고 써붙였다. 매장에는 ‘인원수대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문까지 붙여놨다. 서 대표는 손님 3명이 찾아오면 2인분에 1000원을 추가하면 되는 계란이 든 도시락을 주문하라고 권유한다. 고기가 부족한 고객을 위해 6000원에 불고기 추가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해장국에 덤으로 나오는 불고기에 반신반의했던 고객들도 일반 불고기 전문점에서 쓰는 질 좋은 호주산 불고기에 야채까지 듬뿍 넣은 불고기를 내주자 단골 직장인도 많아졌다.

 “처음부터 이 식당은 고객들에게 홍굴이짬뽕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식당이어서 주요 고객인 직장인들이 많이 드시고 행복하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원가를 생각지 않고 서비스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영업시간도 일요일은 쉬고 토요일까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여는데 이제는 일주일을 이곳에서만 식사한다는 손님이 너무 많아 항상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날그날 신선한 야채에 따라 대접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콩나물과 식성에 따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각종 야채와 오징어 초무침, 검은콩자반 같은 밑반찬들을 준비한다.

이 식당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여느 카페의 메뉴 못지않게 준비된 다양한 후식들이다. 손님들이 맘 편히 차 한 잔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갈 수 있도록 몸에 좋은 우엉차와 다이어트에 좋은 마테차 등 5~6가지의 차와 원두커피, 심지어 간식용 보리건빵까지 준비돼 있다. 처음부터 고객에게 이윤을 되돌리겠다는 서 대표의 의지도 남다르다.

단골 고객이나 직장마다 개인용 저금통(사진 2)을 만들어 방문할 때마다 계산한 가격의 3%를 저금통에 직접 적립해 준다. 6개월 내에 저금통이 차면 저금통과 함께 10만원 식사권을 선물로 되돌려 주는 회식비 지원 이벤트도 인기 비결이다. 6개월 이내에 저금통을 못 채워도 현금으로 적립된 저금통은 고객에게 보너스처럼 덤으로 돌아간다. 문의 041-622-6697

글=신영현 객원기자 young0828@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