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천덕꾸러기 된 '88호돌이'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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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공주시내 국도변에 있는 호돌이상.

17년 전 국민적 사랑을 독차지했던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상(像)'이 이젠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올림픽 개최 이후 대부분 철거됐지만 아직도 전국 도로변 등 여러 곳에 흙먼지를 뒤짚어 쓴 채 방치돼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각종 사회단체와 지자체들이 앞 다퉈 도로 변이나 공공장소 광장에 호돌이상을 세웠으나 이후 관리를 안했기 때문이다.

군데 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심지어 콘크리크 몸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곳도 있다.

호돌이상은 아기 호랑이가 농악대 모자를 쓰고 상모를 돌리는 모습으로, 대부분 콘크리크로 만들었다.

철재로 제작된 상모는 심하게 녹슬어 몸체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다.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 입구의 호돌이상은 한쪽 발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갔고, 상모는 고정 부분이 떨어져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이 호돌이상은 88년 9월 '광덕면자립노인회'가 만들었다.

최근 한 네티즌은 천안시 인터넷 사이트에 "사찰과 전혀 관계없는 올림픽 조형물이 아직까지 서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시는 이 조형물이 주민단체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남 공주군 우성면 방흥리의 36호 국도 옆에도 호돌이상이 서 있다. 몸 전체에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 써 볼썽사납다. 또 충북 진천군 잣고개에 서 있는 호돌이상은 철사로 만든 수염이 불에 탄 것처럼 쪼그라져 있다.

◆ 호돌이상 어떻게 해야 하나=해당 자치단체들은 설립 주체가 시민단체일 경우 철거 때 허락을 받아야 하는 데다, 대체 조형물 없이 공터로 남겨 놓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

공주시 우성면 관계자는 "현재 공주시청에는 호돌이상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며 관리에 난색을 표시했다.

천안시는 최근 광덕노인회로부터 철거 허락을 받아 철거비 70만원을 추경에 반영키로 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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