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투매…주가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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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이다. 최대의 호재인 금리의 대폭인하가 있었는데도 오르기는 커녕 더 떨어지는 이상현상을 나타내고있다. 무엇 때문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채권과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고 있기때문이다.
3윌 한달동안에 은행들이 증권시장에서 끌어간 돈은 약1천3백억원가량.
채권 1천억원, 주식 3백억원으로 특히 채권의 경우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부진하던판에 이처럼 무더기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자 하루평균 3백억원어치 이상이 거래되는 사상최대의 활황을 나타냈다.
돈이 채권시장으로 풀리니까 주식시장은 더 위축될수밖에 없고, 따라서 주가는 금리인하에 아랑곳없이 속락을 거듭하고 있는것이다.
평소엔 주가가 떨어지면 은행들이 주식를 사서 주가를 떠받쳐왔다.
이처럼 은행들이 다급하게 주식을 파는것은 대출초과로인한 지준부족을 서둘러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매월 7일과 22일에 지준체크를 하는데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은행매물들은 바로 다가오는 7일에 대비해서 팔고있는 것들이다.
은행의 대운투매외에도 주가하락요인이 많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한데서 비롯된다. 작년말부터 수출주문이 계속 줄어드는데다 중동경기마저 시들어갈 조짐에 따라 불황의 먹구름은 좀체 가셔질것같지가 않아서다.
이제까지 주가를 이끌어오던 건설주가 금년들어 5.3%가 떨어졌다.
유독 전자주 혼자서 바람을 일으키며 연초보다 평균 35.5%가 올라있는 상태이지만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상주투자자들도 전에없이 조용하다. 더 떨어질것을 예상하고 떨어지면 사겠다는 태도다.
오로지 활황을 보이고있는 곳은 채권시장쪽이다.
불황때는 주식보다 확정이자가 붙는 채권이 유리하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시장으로 엄청난 돈이 물리는데도 최근 며칠사이에 수익률은 불과 0.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채권을 사겠다는 쪽도 많지만 은행실물이 워낙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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