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소련스파이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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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과연 소련스파이들의 천국인가?
「윌리엄·웹스터」미연방수사국(FBI)국장은 얼마전 『미국내에서 활약하는 적대국의 스파이수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고 경고하고 『현재 워싱턴에 있는 소련블록외교관·특파원·상사주재원중 최소한 1백80∼2백40명을 스파이로 간주한다』 고 선언했다.
이는 총6백명에 달하는 소련블록요원들의 30∼40%가 각종 정보수집 임무에 현안이 돼있는 고정간첩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된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28일자에서 수도 워싱턴, 특히 출입이 자유로운 미의회주변에서 활약중인 소련스파이들의 상태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미국정부는 소련스파이를 KGB요원과 GRU(소련군사정보국)요원으로 대별하고 있다.
이들 스파이들이 정보수집의 메카로 생각하고 있는 곳은 미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경비가 엄한 백악관이나 펜터건(국방총성)과는 달리 미의회는 민주주의의 전당답게 출입이 아주 자유스러울 뿐만아니라 진보적인 미국회의원들은 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고있다.
또 미의회는 사실상 미국의 주요 정치·경제·군사·사회등 모든 분야에 걸친 문제를 속속들이 다루고 있으며 1년내내 계속되는 각종 청문회와 분과위원회의토론, 그리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각종 보고서와 회의기록, 발표문등이 힘안들이고 입수되기 때문이다.
미국회의사당에는 상·하의원 뿐만아니라 전문위원을 포함한 각급의회직원, 로비이스트들,기자들,청문회증인등 하루평균 1만8천명이상이 출입하는 그야말로 토론의 전당이다.
소련스파이들의 정보수집방법은 다양해서 직접 영향력있는 정치인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대담형, 기자나 학자를 가장한 위장형, 술집이나 식당에서 사람을 사귀는사교형등 각양각색이다.
80년 공화당전당대회에서「레이건」후보의 정책기조를 발표했던「가이·밴더·작트」하원의원(공·미시간주)은「다비드프」라는 소련사람과 8년째「친구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들 두사람은 만날때마다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곤 한다.
「작트」 의원은 「다비도프」가 소련KGB요원임을 잘알고 있으며 그가 토른을 끝내고 돌아간후엔 FBI에 대화내용을 보고하고있다.
「데이비드·에머리」 하원의원 (공·메인주) 과 「래리·크레이그」하원의원(공·아이다호주)은 작년9월「유리·래오노프」라는 소련외교관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았다. 「레오노프」는 미국 MX미사일의 배치에 관한 의원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물어왔다.
이상하게 여긴 의원들이 FBI에 이를 알리고 이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그는 즉시 모스크바로 전임발령을 받았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는 소련GRU요원이었다.
지난 1윌19일 일단의 미국학자들은 한반도문제에 관해 국무성관리들과 함께 미의회도서관에서 비공개회의를 한적이 있다.
참석자들은 비밀토론이 끝난후 각자의 이름을 적어냈는데 맨나중에 이름을 보니 놀랍게도 소련KGB요인원 「자그보즈딘」이 끼여있었다. 당황한 다른학자들은「자그보즈던」에게 북한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를 물었으나 그는 끝내 함구로 일관했다.
지난2월 「웹스터」 FBI국장은 상원에서 증언을 하다말고 「덴턴」 상원의원에게「지금방청석에는 소련의「외교관」이 와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라고 주의를 환기할 정도였다.
소련스파이들의 접근방법은 아주 세련돼 있다. 그들은 식사초대를 하거나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면서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키게임초대권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유혹하기도 한다.
소련스파이들은 또 미의회에서 근무하는 전문위원들이 대부분 젊은 자유파들이며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고싶어하는 미국젊은이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기도한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 일부상·하의원들은 최소한 소련등공산국가의 외교관들에겐 의사당을 방문할때 특별허가를 받도록 하자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외교관들이 소련기관을 출입하면서 자료를 얻는게 거의 불가능한데 비해 소련외교관들은 지나치게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그이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돈·에드워즈」 하원의원 (민·캘리포니아주) 같은 사람은『자유민주주의국가의 전통을 2백년이상이나 지켜온 위대한 미국이 공산국외교관의 의회출입을 규제한다면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프랑스등도 모두 다른나라에서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강력한 민주주의체제를 갖고 있는 미국이 소련스파이들의 의회출입으로 안보를 위협받는다고 볼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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