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다른 선원도 사형 구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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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고인 이준석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7일 오후 4시15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 박재억 광주지검 강력부장이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하자 법정 안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선장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맞은편에 설치된 모니터를 응시했다. 검찰이 자신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한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선장은 지난 8일 재판에서 “자식들에게 살인자 가족의 멍에를 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 14명에 대한 구형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아무런 표정 없이 재판을 지켜봤다. 최후 변론에 가서야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울먹였다. “죽는 날까지 유가족분들께 반성하면서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원 14명 역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고개 숙여 참회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이 선장에 대해서만 사형이 구형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아버지 고영환(47)씨는 “정말 말도 안 된다. 수백 명을 죽인 선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홍진(53)씨는 “ 검찰의 결정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며 “구형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때도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선처를 호소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에 욕설을 퍼붓는 가족도 있었다. 피해자 가족인 김기웅(43)씨는 “퇴선 명령 한마디만 있었으면 모두 나왔을 것 아니냐”며 “최소 4명까지는 (사형 구형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법정 밖에서도 유가족들의 고성이 오갔다. 한 가족은 “재판부가 우리 편이 아니야. 내 애를 내가 지키지 못한 게 죄야”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중돈(56) 대한변협 세월호특위위원은 “유가족들로선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겠지만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라며 “검찰이 구형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재판부도 6개월간 재판을 진행한 만큼 납득할 만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생중계되는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도 유가족들이 찾아 스크린을 통해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단원고 희생 학생의 어머니 엄소영(40)씨는 “지금 같아선 유가족들이 그들을 때려서 죽이는 법이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아이들이 당했을 고통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최종권 기자,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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