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 성장률 네 분기째 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은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9% 증가했다고 밝혔다.

 0%대 성장은 네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0.9%, 올 1분기도 0.9%였고 2분기엔 세월호 사고 여파에 0.5%까지 고꾸라졌었다. 3분기에는 다소 나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면 3.2%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분기 성장률 반등의 발목을 잡은 건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다. 수출은 전 분기 대비 2.6%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4분기(-4.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경기 침체와 중국의 성장 둔화에다 엔화 약세, 자동차업체의 파업 영향까지 겹친 탓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스마트폰이 애플과 중국 샤오미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았고, 중국의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해외에서 생산해 가공무역 형태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의 물량도 줄었다”고 말했다.

 부진한 설비 투자(-0.8%)도 좀처럼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명을 만난 자리에서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기업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대까지 떨어졌다. 2000년에는 12%대였다.

 2분기 -0.3%(전 분기 대비)였던 민간 소비증가율은 3분기 1.1%로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세월호 충격으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데다 전 분기 수치가 워낙 낮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한몫했다. 하반기 이후 46조원을 동원한 확장적 재정·금융지출로 정부 소비도 2.2% 늘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2분기에 반 토막 났던 성장률이 1분기 수준을 회복했지만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체감경기는 4분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라며 “문제는 대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률 저하는 기업 실적으로도 확인됐다. 기아자동차는 3분기 매출 11조4148억원, 영업이익 566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18.6% 감소했다. 순이익은 6574억원으로 27.2% 줄었다. 원화가치가 지난해보다 66원(1108원→1042원)이나 오른 데 따른 영향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대한 부품 공급 증가로 매출 8조4965억원, 영업이익 7234억원의 실적을 내놨다. 매출(3.8%)과 영업이익(5.5%)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 환 영향이 완성차만큼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현숙·김현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