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리의 주력 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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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기전자·자동차·조선·철강·화학은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5대 주력 산업이다. 그런데 최근 이 수출산업들이 내려앉는 흐름이 심상찮다. 원화 환율이 비교적 수출에 유리하게 움직이는데도 영업이익은 곤두박질하고, 기준금리를 낮춰도 주력 산업들의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이다. 단지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닥친 게 아닌지 의문이다.

 일단 발등의 불은 ‘어닝쇼크’다. 미국 애플은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111억 달러로, 영업이익률 26.5%의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영업이익률도 8.7%로 내려앉았다. 하드웨어 위주의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은 반면 소프트웨어와 콘텐트 위주의 애플은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해 흔들림 없이 순항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도 18.6% 감소한 5665억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역시 컨테이너선·벌크선은 중국 조선업계에 추격당하고,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는 셰일가스 혁명으로 해양 원유 시추가 급감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수출제조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어제 나온 한국은행의 성장률 속보치에서도 구체적인 통계로 잡혔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0.9%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서 못 벗어났다. 그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불길하다. ‘최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의 공격적인 재정투자와 금리 인하 덕분에 정부 투자(전 분기 대비 2.2% 증가)와 민간 소비(1.1% 증가)는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과 설비투자가 모조리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3분기 수출은 2.6%나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폭이 가장 컸다. 설비투자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0.8% 감소했다.

 세계를 돌아보면 주요국들은 일제히 ‘제조업 살리기’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오바마 행정부는 온쇼어링(On-shoring:해외 투자기업 U턴) 정책과 법인세 감면을 통해 제조업 부흥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파격적인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제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독일 역시 막강한 전통산업에다 정보기술까지 결합한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난 6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이 나왔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조업의 성장속도·수익성이 경쟁국들에 뒤처지는 형편없는 성적표가 꼬리를 문다. 아무리 ‘창조경제’와 ‘최노믹스’가 요란해도 여전히 한국 경제의 중추는 수출제조업이다. 주력 산업들의 체력이 떨어지면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부터 서둘러 현실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흔들리는 주력 산업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