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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두 '스타' 여경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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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자 경찰의 선두 주자였던 두 사람이 추락했다. 제주경찰청장은 비리연루 혐의로 직위해제를 당했고 명수사로 이름을 떨쳤던 한 경위는 수배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로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한 사람은 여성 최초의 경무관으로 여성 경찰 최고위직 기록 보유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장군 잡는 여경'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수사력을 자랑하던 인물이다. 그런 이들이 강력범 수배자의 소개를 주고받으며 더구나 이들로부터 금전까지 받았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경찰청 자체 조사 결과로 드러난 이 같은 두 스타 여경의 비리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수배자를 체포해야 할 의무를 지닌 경찰이 오히려 도피행각을 도왔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만연된 검은 커넥션을 끊는 데 여성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 왔다. 남성 중심의 조직에 여성들이 새롭게 편입되면 여성 특유의 높은 도덕성을 발휘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었다. 두 여경의 몰락이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이유는 이들이 저지른 비리의 파장이 비단 직분의 망각이나 비도덕적 행위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

더욱이 '스타 여경'으로 다른 여경을 포함한 경찰 전체의 귀감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고질 병폐인 뒤 봐주기, 연줄의식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사회적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로 인해 각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하돼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개인의 잘못도 전체 여성들의 것으로 손쉽게 일반화돼 편견에 시달리기 쉽다. 이번 일을 전체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확대시켜서는 안 된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들은 이제 겨우 사회 각 곳에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여성들도 별 수 없군'하는 인식이 확대되지 않게 앞서서 각계에 진출한 여성들은 더욱 몸가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 바로잡습니다

6월 23일자 34면 '두 스타 여경의 몰락' 제하 사설의 본문 중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