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불가피한 전작권 연기 … 강군 개혁은 계속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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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군 전환이 다시 연기됐다. 한·미 국방장관은 23일 워싱턴에서 한반도 안보 환경, 한국군 능력 등을 고려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당초 전환 시점은 2012년 4월에서 한 차례 늦춰진 2015년 말이었다. 양국은 이번에 시점을 못박지 않고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양국이 합의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국지도발과 한반도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 대응 능력 구비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킬 체인(Kill Chain·선제타격 시스템)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2020년대 중반에 구축되는 만큼 실제 전환은 그때쯤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대남 위협 증대 때문이다.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을 실시해 핵무기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 성능 개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들어 21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대남 위협이나 도발이 대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말 전작권 이양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안보 불안이나 비상 상황 시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것들이었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면 우리 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가 되는 만큼 국방비 증가 부담도 생긴다. 우리 군의 전반적 대북 억지력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은 붙박이군이 아닌 순환군 성격이 강해졌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도 과거 같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동맹을 통한 억지력 강화나 유지는 자주 국방의 한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권 전환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주권국가로서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동맹도 국력 변화, 국민 의식에 걸맞게 진화해야 살아 남는다. 실제 한·미 양국 군은 수년간 전작권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연합방위 태세 정비나 군 구조 개편 작업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연기됐을 뿐 결국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위에서의 일국(一國)주의는 신화에 불과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방위는 우리가 책임지기 위한 국방 개혁도 멈춰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전작권을 가진 미군만 주둔하면 된다는 타성(惰性)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자세는 강군 건설의 걸림돌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 따른 과제도 적잖다. 킬 체인과 KAMD 구축에 소요되는 17조원의 재원 조달은 발등의 불이다. 일부 지자체의 개발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평택으로 이전키로 했던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와 동두천 미 포병여단이 잔류하게 된 만큼 관계 부처-지자체 간 협의와 조정도 필요하다. 안보 문제로 생긴 만큼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전작권 전환 연기로 미국이 무기 구매나 경제적 부담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한 점의 궁금증이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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