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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겹살' 주춤해도 저지방 부위 인기에 돼지고기 값 들썩

중앙일보

입력

  '금(金)겹살 쇼크'란 얘기가 나올만큼 치솟았던 삼겹살 폭등세가 잠잠해졌는데도 돼지고기 값이 오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당 4581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올랐다. 하지만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보다 0.8% 밖에 오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가장 인기 부위인 삼겹살 값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돼지고기 값 상승을 견인한 것은 앞다리·뒷다리·안심 같은 저지방 부위다. 뒷다리 가격은 60.3%나 뛰었다. 안심은 39.2%, 앞다리는 22.9% 증가했다. 소비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 1~9월 삼겹살 매출은 지난해 보다 6.1% 감소한 반면, 앞다리 매출이 18.9% 증가한 것을 비롯해 저지방 부위 전체 매출이 11.5% 늘었다. 김형주 롯데마트 축산 상품기획자는 "과거에는 삼겹살 가격이 돼지고기 가격을 좌지우지했는데, 지금은 저지방 부위가 돼지고기 가격을 결정짓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비쌌던 올해 삼겹살 가격 때문에 삼겹살 소비가 위축된 탓도 있다. 원래 삼겹살 가격은 해마다 나들이철이 시작되는 5월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한여름 휴가철에 정점을 찍고 다시 가격이 떨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4월에 이미 최고가를 뛰어넘었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인 6월에 ㎏당 2만2000원선을 돌파했다. 그러자 소비자가 '금겹살' 대신 비교적 저렴한 저지방 부위를 택한 것이다. 삼겹살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농가와 유통업체가 저지방 부위 소비 촉진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삼겹살 대신 저지방 부위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또 지난해 법이 개정돼 대형마트와 정육점 등에서 수제 햄이나 소시지를 직접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 부위의 소비가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동일본 원전 사고 이후에 수산물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면서 닭·오리 고기까지 꺼리게 되면서 대체수요로 부상했다. 또 중국이 수입산 소고기를 많이 소비하면서 대체재인 수입산 소고기 값마저 올라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롯데마트는 25일까지 국내산 삼겹살과 목심을 올 3월 이후 최저가격인 100g 당 1100원에 판매한다. 단 한 사람당 2㎏까지만 살 수 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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