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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쉬워요 틴틴경제] 집값 많이 오르면 왜 안 좋은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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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과 분당.용인 등의 집값이 크게 올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셨겠지요. 집값이 오르면 어떤 문제가 있기에 정부가 나선 것일까요.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집도 하나의 상품입니다. 상품이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겠죠.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집이 부족하면 값이 오르고, 반대로 사려는 사람은 적고 집이 많으면 값이 내립니다. 아파트가 있는데 주변에 지하철이 생겨 교통이 편리해진다면 이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파트를 금방 더 지을 수는 없으니 가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그런데 집은 꼭 들어가서 생활할 사람만이 구입하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은 교통이 불편하지만 몇 년 후 도로나 지하철이 새로 놓일 곳에 들어선 아파트를 미리 사는 사람도 있어요. 이들은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듯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아예 아파트를 몇십 채 이상씩 사서 값이 오른 다음 팔아 치우는 전문적인 투기꾼들도 있지요. 이 때문에 집값은 수요.공급뿐 아니라 사람들이 앞으로의 집값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느냐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투기 목적이 없는 일반 사람들도 불안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사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집값이 오르면 예상한 값에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고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기 시작하면 실제 아파트값은 오릅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타나면 집주인은 내놓은 집의 가격을 점점 높여 부릅니다. 아주 일부지만 실제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일어나기도 한답니다. 지금 강남과 분당.용인 등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이지요. 강남과 분당 등은 교육과 주거 환경이 좋아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한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면 그곳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다른 지역의 집값도 들썩입니다. 정부가 강남과 분당 지역에서 집을 산 사람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이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납니다.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월급을 받고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이 뜻하지 않게 살던 집값이 올라 큰 돈을 벌면 과연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려고 할까요.

집값이 너무 오르면 사람들이 월급을 차곡차곡 저축해도 집을 장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평생 일을 해도 자기 집을 가질 수 없다면 서민들은 점차 생활에 불만을 갖게 되겠죠.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범죄가 늘어 사회도 불안해집니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집값이 오르면 높은 수익을 노리고 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몰립니다.

돈이 주식시장이나 금융회사를 통해 기업으로 흘러가야 기업이 이 돈으로 공장도 짓고 직원도 뽑을 것입니다.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월급으로 소비를 할 것이고 물건도 잘 팔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다시 공장을 세우고 직원을 더 뽑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돈이 생산 분야로 흘러가야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자극해 경제 전체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돈이 생산과는 관계가 없는 부동산으로만 몰리면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경제의 건강한 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만 너무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상적인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거품이 생겼다'고 표현합니다. 가령 맥주를 컵에 급하게 따르면 거품이 많이 생깁니다. 맥주가 컵에 가득 찬 것같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실제 컵에 담긴 맥주의 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에 있는 집을 팔아 미국에 더 큰 집을 사고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까지 생긴다면 집을 처분하고 이민을 가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더 이상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됩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집을 내놓겠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가격을 낮춰도 잘 팔리지 않으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기 돈 3억원에다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6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는데 값이 4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은행 빚 3억원을 갚고 남는 것은 1억원뿐입니다. 만일 2억5000만원까지 떨어진다면 집을 산 사람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5000만원 손해를 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1980년대 부동산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가 91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빌려준 돈을 많이 떼여 경영 위기에 몰린 은행들이 속출했습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쓰러지자 연쇄적으로 은행들이 문을 닫을 위기까지 갔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해 은행을 살렸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은행이 부실해지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어려워집니다. 외환위기 때 못지 않게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도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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