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P 총기사고] "왜 왔느냐" 윤 국방 등 유족에 떼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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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희생 장병 8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는 20일 1000여 명이 넘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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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 총기사고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희생 장병 8명. 왼쪽부터 조정웅 상병, 전영철 상병, 이태련 상병, 김인창 상병, 김종명 중위, 이건욱 상병, 차유철 상병, 박의원 상병. [연합]

이날 오후 1시44분쯤 헬기를 타고 사건 현장을 찾은 유족들은 "군 발표와 달리 가해자인 김모 일병에 대한 선임 사병들의 언어 폭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유가족 헬기로 사건 현장 찾아=숨진 차유철 상병 누나 차지은(25)씨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소대원들로부터 '김 일병의 목소리가 작고 느릿느릿한 편이어서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편하게 대해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 조두하(50.성조기능대학 교수)씨는 "김 일병의 하사관 면담록에는 '괴롭힘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수양록(일기장)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고 부대원 면담 결과 선임 병사들이 신참을 아우 돌보듯 한 것으로 밝혀져 언어 폭력 때문에 이번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유족 22명은 이날 오후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민통선 상공을 넘어 경기도 연천 사고 현장에 도착,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인근 사단 본부(CP)로 옮겨 군 관계자로부터 사고 경위와 주변 상황을 듣고 장병을 만났다.

오후 5시20분쯤 국군수도병원으로 돌아온 한 유족은 "사고 현장인 GP에선 군 수사관이 현장을 둘러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나 내무반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생존 병사 15명 가운데 일부는 손을 떨고 말을 더듬는 등 심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족은 "내무반 등 GP 내부에는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병사들이 흘린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탄흔이 여기저기 보였다"면서 "수류탄이 터진 곳에는 침상이 움푹 패었을 뿐 큰 폭파 흔적은 없었으나 전반적으로 내무반의 모습은 참혹했다"고 말했다.

◆ 소동 이어진 합동분향소=이에 앞서 유가족은 "군 당국의 사건 경위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숨진 이태련 상병 아버지 이찬호(51)씨는 "허벅지에 한 발 관통했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느냐. 부상자 이송이 늦어지는 등 응급조치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오전 10시쯤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은 유족들에게 "개인적으로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며 인사한 뒤 조문했다. 윤 장관은 유족 대기실로 들어가려다 "왜 왔느냐"는 유족들에게 밀려나와 5분 만에 병원을 떠났다. 일부 유족은 윤 장관이 승용차에 타자 오열하며 승용차 앞에 드러눕고 차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해당 부대 김모 사단장도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다 유족들에게 떼밀려 나왔다. 김 사단장은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건 당시 GP에 근무했던 병사들을 모두 만나게 해주겠다"며 유족들을 설득해 사건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앞서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10여 명은 헬기 편으로 사고 현장을 방문한 뒤 오후 1시30분쯤 돌아갔다.

연천=전익진 기자, 성남=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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