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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행사 때 점검 매뉴얼 무시 … 경찰 “실수였다, 잘못 여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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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에 대한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국감이 22일 경기도청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한 긴급 현안보고를 마친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뉴시스]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공사에 30만원만 더 들였다면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술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의 기술사 A씨가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경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한 진술이다.

 22일 경찰과 국토부에 따르면 A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사고가 난 곳에 비해 잘 갖춰진 환풍구 덮개 받침대 시설이 국내에 많다”며 “30만원 정도만 더 들여 받침대 보강 작업을 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경찰에서 “실무 작업 때 환풍구가 어느 정도 무게를 버텨야 하는지 기준이 명시된 법을 본 적이 없다”며 “무너진 환풍구가 안전기준을 어겼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환풍구 받침대가 애초 설계대로 시공됐는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환풍구에 대해 명확한 안전기준은 없지만 설계도와 달리 시공됐다면 부실공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국과수는 지난 21일 현장에 남은 받침대 1개에 대해 강도 시험을 했다. 분석 결과는 이르면 23일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또한 이날 환풍구 시공 하청업체 A사와 자재 납품업체 B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유스페이스 시공사와 건축사무소 관계자 등 5명도 출국금지 조치했다.

 22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도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판교 사고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판교 사고와 관련, 세월호 참사 뒤 경찰청이 스스로 만든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지목한 것은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행사에 대해 경찰은 45개 항목을 점검해야 한다. 연예인 등 유명인사 참석 여부, 예상 최대 인원, 허가받은 경비업체의 경비원 배치 여부 등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행사 현장에 경찰을 보내야 한다. 박 의원은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분당경찰서는 점검을 하지 않았다”며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경기경찰청 강성복 1차장도 “실수였다. 잘못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인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행위 위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 지사가 환풍구 사고 사상자를 “피해자”라고 하자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은 “희생자라고 해야 한다. 용어 선택 좀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질문을 하는 도중 이재명 시장이 웃음기를 보이자 “왜 국감장에서 실실 웃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답했다. 이 답변을 놓고 5분여 동안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결국 진영 위원장 주재로 이 시장이 공식 사과한 뒤 국감이 이어졌다.

 ◆환풍구 안전규정 추진=국토부는 이날 “환풍구에 대한 높이와 주변 안전장치 설치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풍구 덮개 받침대가 견딜 수 있는 무게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디자인 창의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안전은 지키는 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수원=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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