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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빠지고 인도 합류 … 중국 주도 AIIB 21개국으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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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21개국이 확정됐다. 한국은 빠지고 중국의 라이벌인 인도는 들어갔다.

 중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22일 “24일 베이징에서 AIIB 창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며 발기인 의미를 갖는 21개 회원국이 은행 설립과 관련된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수 차례 참여를 촉구했지만 아직 확답을 듣지 못해 유감이다. 그러나 은행이 공식 출범하는 내년 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꼭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중 지도자포럼 참석차 방한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1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의 AIIB 참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탕 전 국무위원은 박 대통령 예방 후 우리측 인사와 만나 “AIIB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한국은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를 박 대통령에게도 설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번 방한에 AIIB 초대 회장 후보로 유력한 진리췬(金立群)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과 후궈차이(胡國財) 상무부 외국투자기업협회 부회장 등을 대동했다.

 중국 정부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NIIS) 리샹양(李向陽) 원장도 “AIIB의 지배구조나 표결 매커니즘은 앞으로 아시아 국가간 더 논의가 필요하며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가입하면 아시아 협력과 경제 안보 차원은 물론 동북아 협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양해각서에 서명할 국가는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인도·몽골·파키스탄·스리랑카·네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아랍권 쿠웨이트·오만·카타르 등 총 21개국이다. 당초 중국이 AIIB 지분을 50% 가지는데 불만을 표시했던 인도는 중국이 회원국 간 대화를 통해 지배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IB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금주 안에 창설 준비 양해각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2일 현재 확인된 양해각서 서명 멤버에 포함되지 않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관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4일 양해각서 서명을 시작으로 다음달 10~1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IIB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중국은 또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2025년까지 설립한다는 내용의 정상회의 선언문을 추진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이번 AIIB 양해각서 서명 국가에는 빠졌지만 앞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2일 AIIB 가입 문제와 관련,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어 중국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이 문제만 해결되면 AIIB에 가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제시한 지배구조는 국제금융기구에 요구되는 합리성과 공평성 등 보편적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간의 또 다른 이견 요인인 세이프가드는 ▶환경 ▶노동 ▶양성 평등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에 어긋나는 투자를 못하도록 막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은 국제기준에 맞는 엄격한 장치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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