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년 됐죠.”
비가 내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취소된 21일 마산구장. 양상문(53) LG 감독은 반대쪽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적장으로 만난 ‘좋은 형’ 김경문(56) NC 감독과의 오랜 인연이 새삼 생각나서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72년. 까까머리 학생 시절이었다. 대구 옥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김 감독은 중학교 야구부에서 뛰어야 했지만 사정상 부산 대연초등학교에서 1년간 야구를 했다. 또래보다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간 양 감독은 6학년이었다. 세 살 차이가 1년 선후배가 된 것이다.
양 감독이 이듬해 부산 동성중에 입학하면서 둘은 2년 동안 함께 학교를 다녔다. 형 김경문이 동생 양상문을 살뜰하게 챙겼다. 양 감독은 “항상 든든하고 배울 게 많았다. 내가 중학생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세수를 하다가 수돗가에 안경을 두고 오면 가져다 주시곤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공주고에 입학한 뒤에도 인연은 이어졌다. 편지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았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어릴 때부터 야구도 잘했고 참 똑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같은 게 없어서 자연스럽게 편지를 썼다”며 웃었다.
운명처럼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197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에서 공주고는 부산고를 4-3으로 꺾고 우승했다. 공주고의 창단 첫 우승이었고, 읍 단위 고등학교의 전국대회 제패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김 감독은 우수선수상을 비롯해 3관왕에 올랐고, 부산고 선수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했던 양 감독은 감투상을 받았다.
고려대에서 다시 만난 뒤에는 더욱 돈독해졌다. 김 감독이 허리가 좋지 않아 경기에서 배터리를 이룬 적은 많지 않았다. 대신 둘은 야구 이야기로 밤을 새곤 했다. 양 감독은 “프로야구 OB에 입단하시고 난 뒤에도 틈틈이 찾아와서 후배들을 챙겨주셨다”고 빙그레 웃었다.
세월이 흘러 둘은 가을잔치에서 만났다. 양 감독은 “이런 무대에서 만나 정말 기쁘다. 물론 김 감독님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다. 어린 시절 함께 땀을 흘렸던 형님과 중요한 경기를 해서 기분이 참 좋다”고 했다.
그러나 창원 2연전의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긴 양 감독은 “1차전보다 2차전이 더 중요하다고 봤는데 잘 됐다. 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해줘서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패장 김 감독은 “오늘 경기 내용은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아직도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선수들이 2패를 했으니 홀가분해졌으면 좋겠다. 이제 마지막 경기나 다름없다. 1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