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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에 호기심 쏠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공산주의이론 관계서적 시판 및 출판허용조치로 일부 서적이 각 서점에 선보이기 시작하자 서울시내 각 서점에는 이를 사려는 시민·학생들의 발길이 잦았다. 고객들은 해방후 금서로 돼있던 공산주의 관계서적이, 신기한 듯 사갔으며 이 같은 민감한 반응에 서점 상들은 근래 드문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칼·마르크스 그의 생애 그의 시대」의 경우 지난 20일 배부되자마자 찾는 사람이 많아 서점마다 출판사에 추가주문을 하느라 부산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경우 22일 「칼·마르크스…」의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이 책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교보문고 판매담당 석태진씨(32)는 『책값이 3천 8백원으로 꽤 비싼 편인데도 첫날 갖다놓은 70권이 하루만에 다 팔렸다』면서 『종전의 전문서적이 잘 팔려야 월 50∼60권인데 비하면 대단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80%정도가 대학 고학년생들. 이밖에 교수로 보이는 나이든 사람, 회사원들도 더러 있다.
이들은 책방에 들려 『공산주의 소개책자가 나왔다는데 정말 팔고 있느냐』고 확인한 뒤 책을 내주면 대부분 내용도 살펴보지 않은 채 사가고 있다는 것.
교보문고 측은 이에 따라 23일 출판사인 평민사에 5백 권을 추가로 주문, 전시장과 쇼윈도 등에 책 안내 대형포스터도 붙여놓을 계획이다.
종로1가 종로서적의 경우 입하 첫날인 21일 30권이 매진됐고 22일에도 50권중 3권만 남기고 모두 팔렸다.
서점 측은 『문의전화가 하루에 40∼50통씩 걸려오고 있으며 다른 공산주의 관계서적은 언제쯤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이화여대 앞 이화서림은 22일 하룻동안 이 책이 3권 팔렸다.
이대 2학년 나승희양(20)은 『지금까지 정부가 금서로 해왔던 「칼·마르크스」에 관한 책을 판매 허용한 것은 잘된 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대했던 「칼·마르크스」의 이론들이 일반 학생들에게 읽혀짐으로써 학생들이 단순한 호기심을 떠나 공산주의의 허구성과 이에 대한 올바른 비판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세대 앞 현우서림(주인 이창복·50·서울 창천동)에선 21, 22일 이틀동안 6권의 책이 팔렸다.
고대 앞 석탑서점(주인 윤응모·52)의 경우 토요일인 지난 20일 처음으로 들여놓은 5권이 월요일인 22일 상오까지 모두 팔려 다시 10권을 주문했다.
주인 윤씨는 『책값이 비교적 비싼 편인데다 아직 개학 전인데도 이처럼 잘 나가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대 이공대 앞에 있는 고려서원(주인 채희민·36)의 경우도 20일 3권을 들여놓았다가 22일 다시 5권을 주문했다.
주인 채씨는 『우리 집은 작은 서점이라 계속해 하루 1권 정도 나가면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이 책은 3권이 2일만에(일요일 제외) 다나갔다』고 말했다.
출판사인 평민사(대표 김종찬)는 초판을 5천 권 찍어 20일 1천 5백 권을 전국에 배포했는데 하루만에 모두 팔리고 오히려 4천 권(23일 상오 현재)의 주문을 받아 재고로 두었던 나머지 3천 5백 권을 긴급 배정했다.
대표 김씨는 시판당일에 초판이 매진된 것은 출판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스탈린 전기」(아이저크·도이처 지음)등 사상물 관계서적을 계속 기획, 출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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