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2>자연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올해 72세인 김시필씨(무역업·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아침식사는 팔보죽. 현미·검정콩·검정깨·율무·보리·통일·수수·기장 등 8가지 곡물을 가루로 빻아 압력솥으로 익힌 것이다. 점심은 시내 K회관(서울 중구 명동)의 현미정식이나 D빌딩(서울 중구 도동) 지하의메밀국수, 저녁은 아침과 비슷한 식사를 한다.
반찬도 두부나 미역국, 또는 멸치 등 잔 생선과 나물류 등이며 가공식품이나 다른 육류는 입에 대지 않는다. 이외에도 녹즙을 즐긴다.

<태양 에너지를 흡수>
김씨가 식단을 이렇게 바꾼지는 이미 15년이나 된다. 당시 몸이 갑자기 비대해지고 혈압이 오르는 등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 그러나 이런 자연식을 하고 나서부터는 큰 병은 물론, 감기 같은 잔병치레도 없었다고 노익장을 과시한다.
자연식이란 한마디로 『자연의 기를 그대로 지닌 것을 먹자는 것』이라고 자연식 동우회의 기준성 회장은 설명한다. 즉 화학적으로 가공되거나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명물질을 섭취해서, 자연이 우리에게 베푼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태양에너지를 우리 몸에 흡수함으로써 체내에 자연의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자연식주의자들은 우리의 신체구조가 육류보다는 곡물이나 야채를 먹게끔 이루어져있다고 주장한다. 그 일례로 드는 것이 치아의 구조다.
인간의 치아는 모두 32개. 그 중 8분의 5인 20개가 곡물을 빻기 위한 것이고, 8개는 섬유질을 자르기 위한 것, 나머지 4개의 송곳니만이 육식용이라는 것.
따라서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총량을 8로 본다면 그중 5는 곡물, 2는 야채를, 나머지 1만을 육류로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사람의 체액은 본래 PH(수소이온농도지수) 7.30∼7.45의 약알칼리성이나 잘못된 식생활로 이러한 자연의 균형이 깨져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본다.

<현미·잡곡류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하면서 육류나 정제된 곡물, 기타 인공감미료의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몸도 점차 산성화되어 당뇨병, 각종 심장질환, 신장병 등이 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그릇된 식생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식에서 가장 강조되는 생명물질에는 배아(씨눈)·엽록소·효소의 3가지가 있다.
이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현미, 도정하지 않은 밀이나 보리, 또는 콩 등 잡곡류와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
현미에는 우리가 매일 먹는 백미와는 달리 생명물질인 배아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런 곡물의 배아에는 특히 비타민B2(리보플라빈)와 비타민E(토코페롤)가 많이 함유돼 우리 몸에 있는 조직세포의 호흡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역할 및 노화방지작용을 하고 있다. 또 이 씨눈 속에 포함된 식물성기름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제대로 깎아내지 않은 현미에는 농약이 많이 축적돼있어 오히려 해롭다는 주장을 펴지만 다른 학자들은 현미에 포함된 다량의 섬유소등이 최대의 배설작용을 강화하기 때문에 체내에 잔류하는 농약은 오히려 백미보다도 적다고 주장한다.
생 야채즙은 엽록소 섭취를 위해 가장 각광받는 식품이다.
경희대 한의대 임준규 교수는 현재 일부 도시인의 고칼로리 위주의 불균형한 영양상태를 개선키위해서는 『저칼로리이며 영양이 풍부한 생 야채를 자연그대로 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물론 이 때도 농약·금비의 과다사용은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야채의 엽록소는 태양에너지의 축전지 같은 것이므로 우리 몸의 세포에 자연의 활력소가 된다. 또 요리할 때 그대로 버리고있는 채소의 뿌리도 각종 무기물의 저장소이므로 야채의 잎과 뿌리를 고르게 생즙을 내 마시면 천지의 조화된 영양을 함께 섭취하게 된다는 것.
이밖에 효소식품도 강조되고 있다. 인체 내의 장에는 많은 세균이 있어 우리 몸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30∼40대 이후, 특히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장내의 유산균이 현저히 감소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막기 위해서는 발효식품을 알맞게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된장·간장이나 김치 등이 모두 발효식품이나 염류가 너무 많은 것이 흠.

<오염에 과민 말도록>
따라서 이런 음식 외의 염분 섭취는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 회장은 생야채나 과일이라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언제나 제철에 난 것을 먹고, 또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것만을 먹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해야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올바른 섭취법이 된다.
요즈음은 이와 함께 무기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은 소위 무공해식품도 등장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생기를 섭취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무공해식품이 좋은 것은 물론이지만 이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15년 이상 자연식을 해오고 있는 김붕남씨(63·약사·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될 수 있으면 청정 재배된 야채를 먹고있지만 구하기 어려울 경우는 그냥 시중에서 사먹고 있다』면서 『오염 등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 오히려 건강 노이로제 같은 역효과를 낳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
자연식이 누구에게나 최선의 음식물 섭취방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자연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질병을 예방한다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제자=김사달>

<박태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